이번 연휴에 '달달한 로맨스 소설'을 읽고 싶어서 인터넷을 계속 찾다가 사람들한테 책 추천받아서 산 소설책이 이 책이었다 ㅋㅋ
이 책은 이번에는 '비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 라는 단편이 포함되어 있는 책이다.
기존 책에는 해당 단편이 없다가 언젠가부터 들어가있기 시작했다는데.. 이번에 구매한 책은 17년 8월에 인쇄한 책이라 그런가 해당 단편이 들어있었다. ㅋㅋ

2017년에 29살인 내가 이 책을 읽은 소감을 말하자면..
확실히 책 내용 자체에서 좀 옛날 분위기가 나는 느낌..
주인공들이 폴더폰을 쓰고.. 여자 주인공은 '스무디'라는 음료수를 잘 모르고.. 이필관 할아버지가 사은품으로 CD 플레이어를 받고..
특히 여자주인공인 진솔이 남자주인공인 건이한테 '김일성이 죽었을 때 뭐했어요?'라고 물어보는거에서 확실히 좀 옛날 분위기가 나는 느낌이었다.
후에 작가의 말에서는 요즘 세대들은 김일성보다는 '김정일 죽었을 때 뭘 했냐'고 묻는게 더 나을거 같다고 했지만..
정작 나는 김정일 죽었을 때 뭘 했는지 기억이 안나는걸로 봐서.. 물어볼거면 차라리 원더걸스 '텔미' 노래 유행할때 뭘 했냐던가.. '숭례문에 화재 일어났을 때 뭐했어요?'라던가.. '박근혜 탄핵 선고 나왔을때 뭘 했냐'라고 물어보는게 좀 더 임팩트가 크지 않을까 싶다 ㅋㅋ
원래 2번째는 1번째보다는 임팩트가 크지 않으니까 ㅋㅋ
김일성이 죽을 때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통일 되는구나 싶었다고 했지만 몇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북한이 전쟁 도발을 하네마네 난리도 아니니까 뭐.. ㅋㅋ
역시 두번째부터는 임팩트가 크지 않은거 같다..
뭐 내년에 평창올림픽 하면 앞으로 물어볼 때 '평창올림픽 때 뭐했어요?'라고 물어봐도 되겠네 ㅋㅋ

참고로 말하자면 난 숭례문이 화재 났을 때 가게에서 부모님 도와드리고 있었고 박근혜 탄핵 선고 나올때 회사 구내식당에서 밥먹고 있었음 ㅋㅋㅋㅋㅋ
진솔은 그 질문을 했을 때 상대방이 뭘 했는지를 듣고있으면,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상대방에 대해 뭔가 좀 더 아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나는 그 때 이렇게 살았는데 저 사람은 동시간대에 저렇게 살았구나' 같은 느낌으로 상대방에 대해 좀 더 아는 기분이 든다고..
그래서 나는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숭례문이 화재가 났을 때, 박근혜 탄핵 선고 내리는 중에 뭘 하셨는지 정말 궁금하다 ㅋㅋ

이 책을 교보문고에서 샀는데 그 당시에는 책에 비닐이 싸여 있어서 사실 전혀 내용을 보지 못하고 구매하고 난 다음에서야 책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경우가 생전 처음이라 당혹스러웠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읽기엔 이 책이 마냥 '달달한 연애소설'이라고 보기는 많이 어려웠다.

물론 모든 소설에는 '기승전결'이 있기 마련이지만..
내가 느끼기에 책 초반부에서는 남자주인공인 '건'이의 모습에서 마치 '여자주인공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남자주인공의 모습'이라는 인상을 받았었고..
3/4정도의 분량을 읽었을 때는 남자주인공 때문에 힘들어하는 여자주인공의 모습을 보는게 너무 힘들었다..
진솔이 느낀 그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너무 절절하게 공감이 되서..
근데 진솔의 그 감정이 어떻든 상관하지 않고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의 그 감정을 몇가지 단어로 쉽게 정의내리니까.. 그것도 사실 열받았고..
사실 상대방이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래서 그 관계에서 내가 을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내 자신이 아닌데 내 감정을 그 사람 기준대로 정의하는건 좀 주제넘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욱 나중에 진솔이 '때로는 사랑보다 어느 순간 내리는 눈이나 바람이나 담 밑에 있는 꽃이 더 위로가 된다'라고 말하는게 더 공감이 가기도 했고..
참으로 씁쓸하고 달콤한 사랑이야기였다.
근데 초콜릿으로 따지면 밀크 초콜릿보단 카카오 72%의 쓴 맛이 더 강한 느낌이었던거지 ㅋㅋ

건이는 이 책에서 누군가를 10년간 좋아한것으로 나온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예전에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남자주인공인 한결이 자신이 계속 좋아했던 여자인 유주를 두고 '지독한 습관'이라고 지칭한게 생각났다.
건이도 처음엔 그게 사랑이었을지 모르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한걸 보면...
아마 건이에게도 그 여자가 지독한 습관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관성처럼.. 처음에는 그 여자가 좋아서 옆에 있었지만 나중에는 어쩌다 있다 보니까 계속 있게되는거지..
나는 개인적으로 건이가 그 10년의 지독한 습관을 깨는 것도 좋았다.
어차피 이미 타이밍이 지나버린 사랑은 다시 시작하기가 참 어렵다.
마치 김 빠진 미적지근한 콜라처럼 말이다.
그런 콜라를 10년동안이나 먹지도 않고 갖고있었다고 한다면.. 결국 언젠가는 버리고 말았겠지.. 애초에 먹을 때를 한참이나 놓쳤으니.. 다시 그 콜라를 먹는다는건 말이 안된다..

이 이야기가 사랑이야기가 된건.. 마침 그 때 진솔이 건이 옆에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거라 생각한다..
인생은 타이밍이니까..
만일 좀 더 일찍 만났거나 더 늦게 만났어도 이런 얘기가 될 수 없었겠지.. ㅋㅋ
물론 애초에 작가님이 그렇게 안쓰셨겠지만 ㅋㅋㅋ

그래도 건이가 진솔이 대본 다 쓸 때까지 기다렸다가 커피마시러 나가자고 전화하는 것도 좋았고 같이 비디오 보다가 잠드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둘이서 창 밖에 눈을 보는 장면이 제일 좋았다.
그 특유의 포근하면서도 낭만적인 분위기가 참 좋았다.

나도 누군가가 새벽 1시에 커피 먹으러 가자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ㅋㅋ

그리고 책 읽으면서 '마도로스 수기'라는 노래를 항상 신청하시는 이필관 할아버지도 되게 좋았는데..
책에서 약간 텐션이 떨어질라 하면 그 할아버지의 등장으로 인해 다시 스토리가 통통 튀는 느낌이 좋았다 ㅋㅋ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나훈아나 백윤식 씨가 해당 역할을 맡으면 참 잘 어울리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ㅋㅋ

지난 5일동안 470 페이지 가량 되는 책을 읽기가 사실 좀 어려웠다 ㅋㅋ
스토리 자체가 잔잔하고 한 파트당 호흡이 긴데다가 전체 책의 3/4 지점에서는 진솔에 감정이입이 너무 심하게 되어서 책장을 넘기는게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그래도 스토리의 끝부분 때문에 어느정도는 읽기 잘했던거 같다..
근데 책을 한 숨에 다 읽었던 게 아니라서 기억이 나다 말다 해서 이거 엔딩 이해하려면 한번 더 읽어야 할듯 ㅋㅋㅋㅋ

이 책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지방에서 상경한 라디오 작가가, 시인 출신의 PD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서울을 좋아하게 되는 얘기'라고 하고 싶다.. ㅋㅋ
개인적으로는 서울시에서 이거 서울시 홍보 도서로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함 ㅋㅋㅋ
창경궁, 이화장, 낙산공원, 보신각 같은 특정 장소 뿐만 아니라 이화동, 인사동, 혜화, 마포 등등 여러 동네까지 서울의 온갖 모습들을 볼 수 있으니까 ㅋㅋ

만약 점수를 매긴다면 5점 만점에 3점 주고 싶다 ㅋㅋ
역시 감정소모가 큰 부분에서 점수를 일정부분 깎았다 ㅠㅠ

그래도 오랜만에 모처럼 좋은 연애소설을 잘 읽은 것 같다 ㅋㅋ
가끔은 진솔에게 다정했던 시기의 건이가 다시 그리워질 것 같다 ㅋㅋ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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