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의 막공을 보고 왔다.
자리는 거금 15만원을 들여서 젤리클 석으로 지정했다.. ㅠㅠ
가장 비싼 자리로 지정한 이유는.. 이 뮤지컬을 너무 보고 싶었기 때문에.. 3,4년 전에 대전에 캣츠 내한 공연 왔을 때 보지 못했던 적이 있어서.. 이번에도 놓치면 다음에 또 언제 볼 지 기약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한공연이 자막이 나온다는건 알았지만 내가 과연 어느정도로 리스닝이 될까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좌석을 선택할 때, 캣츠는 기존 다른 뮤지컬과는 다르게 '젤리클석'이라는게 있다고 해서 '이건 뭔데 VIP석이랑 가격이 똑같나...' 의문이었는데 여러 블로그를 검색해보니 젤리클 석 자체가 캣츠에만 있는 자리라고 했다.. ㅋㅋ
젤리클석에 앉으면 고양이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고 터치도 할 수 있다고 해서 결국 저 자리를 선택함.. ㅋㅋㅋ

그런데 확실히 돈이 좀 들어도 젤리클 석에 앉는게 좋았던거 같다 ㅋㅋ
실제로 뮤지컬 끝 무렵에 고양이랑 손 두번 잡음 ㅋㅋㅋㅋ
손이 많이 부들부들하시더라 ㅋㅋㅋㅋ
남자 손이 그렇게 부드러울 수 있다는거에 재차 놀랐음 ㅋㅋㅋㅋ
그리고 뮤지컬 초반부에 예쁜 고양이 언니가 내 자리 가까이에서 '고양이에겐 3개의 이름이 있다'고 노래 불러주는 것도 좋았음 ㅋㅋㅋ
되게 가까이에서 배우의 눈을 마주칠 수 있다는 점이 되게 좋았다..

그리고 인터미션 끝나고 고양이들이 관객석으로 들어와서 관객의 옷으로 장난치는 모습이 있는데 그걸 바로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ㅋㅋ
근데 관객의 코트랑 가방으로 장난치다가 코트는 다른 관객한테 넘겨주더라 ㅋㅋㅋㅋ
내가 연극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배우와 시선을 마주치고 연극을 감상하며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보통 이런 대형 뮤지컬들은 그게 참 어려운데 그걸 할 수 있다니.. ㅠㅠ
역시 자본주의 만세다!!! 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이 뮤지컬을 선택하기에 앞서, 한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그건 바로... 내가 뮤지컬을 볼 때 단순히 노래와 춤을 보는게 아니라 스토리라인을 중시한다는 것.. ㅠㅠ
캣츠야 워낙 유명한 뮤지컬이고.. 메모리로 유명하기도 하고.. 남들은 학창시절에 음악시간에 캣츠 뮤지컬을 비디오로 보여준다는데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보러 간건데..
이 뮤지컬 내용 자체가 '1년에 한 번 젤리클 밤을 맞이하여 고양이들 중에서 다시 태어날 고양이를 선정하는 내용'이더라.. 그래서 뭔가 기승전결은 약한 대신에 고양이들이 자기소개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더라고.. ㅠㅠ
나처럼 스토리라인을 좀 더 중시하는 관객들은 캣츠가 좀 지루할 수도 있을거 같다.. 실제로 난 1부 끝무렵에서 점점 정신이 아득해지더라.. 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

물론 볼거리는 정말 풍부했다.. 음악 세션도 모두 라이브로 연주되고 전문 베우들의 노래와 춤은 이루 말할 것도 없이 환상적이었다.
특히 캣츠는 여러 고양이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군무를 추는 장면이 많은데.. 그걸 보고 있노라면 '아.. 오늘날까지 살아있길 정말 잘했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ㅋㅋ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딱딱 맞춰서 춤을 출 수 있을까 참 경이롭더라..

하지만 여기서 두 번째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데.. 바로 자막을 보느라 배우들 춤에 집중을 할 수 없었던 것.. ㅠㅠ
자리를 앉을 때 젤리클 석 중, 정중앙의 맨 앞에 앉았기 때문에 무대는 진짜 잘보였고 심지어 배우들 표정 하나하나까지 다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자막은 좌우 벽면에 나오기 때문에 춤과 노래를 즐기려고 하면 자막을 한번씩 봐줘야 해서 자꾸 흐름이 끊기는 느낌..
오늘 진짜 뮤지컬 보면서 내 영어실력이 이거밖에 안됐나 후회 진짜 많이했다.. ㅠㅠ
전에 다른 블로그 글 보니까 내한공연 보기 전에 어느정도 스토리 파악하고 뮤지컬 넘버 숙지하고 가신 분도 있던데..
캣츠 내한공연을 제대로 즐기려면 노래들이 어떤 내용인지 대략적으로라도 숙지하고 가는게 좋겠더라..
미리 스토리를 알고 가서 보면 재미 없을거 같아서 일부러 노래들을 안찾아봤는데.. 극 자체가 대체적으로 노래와 춤으로 끌어가는 극이라서 자막 위주로 보기 시작하면 춤에 집중을 못하기 때문에 재미가 반감된다..ㅠㅠ
인터미션 때 올드 듀터러노미와 프리허그 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옆에 계신 분이 '노래와 춤 보느라 자막은 포기했다'고 ㅋㅋㅋㅋ '어차피 내용은 별거 없지 않겠냐'며 ㅋㅋㅋㅋㅋ
와.. 진짜 절실히 공감했음 ㅋㅋㅋㅋㅋ 난 결국 자막을 포기 못했지만.. ㅠㅠ

참.. 1부 끝나고 인터미션 때 올드 듀터러노미와 프리허그를 할 수 있었다 ㅋㅋ
처음에 인터미션 관련 내용도 사전에 아무것도 모르고 갔었는데 인터미션 때 다른 고양이들은 다 내려갔는데 올드 듀터러노미만 무대에서 계속 앉아있길래 왜 앉아있나 했는데 사람들 줄이 점점 길어졌다.
이건 뭔 상황인가 싶어서 걍 지켜보고만 있었는데 점점 줄이 길어지길래 나도 도중에 줄 섰는데 앞에서부터 차례대로 프리허그를 해주더라 ㅋㅋ
아이들은 달려가면서 고양이를 껴안는 경우가 많았고.. 남자들한테는 장난식으로 때리는 포즈 비슷하게 안아주고.. 여자들한테는 뭐... 그냥 안아주는 느낌 ㅋㅋ
포즈가 대체로 3개였는데 1. 안기, 2. 머리 쓰다듬기, 3. 고양이처럼 앞 발로 서로 마주보며 장난치기가 있었다.
와.. 근데 껴안으니까 너무너무 좋아서 한번 더 안는 바람에 머리 쓰다듬는 것 까지만 할 수 있었다.. ㅋㅋ
털도 부들부들하고 푹신푹신해서 너무 좋았다.. ㅠㅠ
안으면서 껴안을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말했는데 의사소통이 잘 됐는지 의문이당 ㅋㅋㅋ

아.. 그리고 럼텀터거랑 맥케버티가 너무너무 섹시했다 ㅋㅋㅋ
럼텀터거는 캣츠에서 워낙 섹시하기로 유명해서 당연히 알고 갔지만 맥케버티는 악역인데도 되게 섹시한 느낌..
물론 악역이니까 여기저기 신출귀몰하게 나타날 때는 좀 무섭다는 생각도 했지만 역시 섹시했다 ㅋㅋ
두 고양이 다 어깨는 넓은데 허리선이 얇다.. ㅠㅠ 춤추는 것도 진짜 섹시하고.. ㅠㅠ
왜 극 중에서 여자 고양이들이 함성을 지르는지 충분히 납득되더라 ㅋㅋ

그리고 마법사 고양이인 미스터 미스토펠리스가 나올 때 너무 좋았다..
모두 조명이 꺼진 무대에서 홀로 반짝이며 나타나는데 그렇게 환상적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역시 캣츠하면 그리자벨라를 빼놓고 말할 수가 없다.
극 중에서 메모리가 많이 나왔는데 맨 마지막에 그리자벨라가 열창하는 메모리에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어떻게 고음이 저렇게 쑥쑥 올라가는지도 신기했고 절절한 그 모습에 눈물이 찡했다..
내용에 공감 가기도 했고.. 결국 인생에서 좋은 때라는건 지나가기 마련이니까..
그래도 자신과 같이 있으면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부분이 되게 큰 위로가 되기도 했다..

근데 그리자벨라 역을 맡으신 분이 키가 좀 크시던데.. 그래서 그런가 무대에서 노래 부를 때 좀 더 눈에 확 띄는 느낌..
몰입이 잘 되고 좋았다.
역시 캣츠의 명장면은 그리자벨라가 메모리를 부르는 장면이 아닐까 한다..




그 외에 나오는 여러 고양이들도 많이 사랑스러웠다. ㅋㅋ
근데 막판에 뜬금없이 '고양이를 대하는 방법'에 대해 급하게 설명하고 마무리 짓는게 웃기긴 했지만 말이다. ㅋㅋㅋ
그래도 정말 볼거리가 참 많은 뮤지컬이었다.

근데 역시 한가지 아쉬운건 내가 미리 곡이나 스토리를 숙지하지 않고 갔다는거.. ㅠㅠ
그리고 자막 없이는 극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었다는거.. ㅠㅠ
내가 하고 싶었던 것 중 다른 하나는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보는거였는데 어쩌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ㅋㅋ
아.. 진짜 영어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그래도 연휴의 끝 무렵에 이렇게 내가 원했던 걸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프리허그와 메모리, 이 2개만으로도 이 뮤지컬의 가치는 충분히 차고 넘쳤으니까.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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