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일요일에 블랙팬서를 봤다.
올해 나오는 ‘어벤져스3 인피니티 워’가 나오기 전, 개봉하는 마지막 히어로 단독 무비라 해서 봤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캡틴아메리카: 시빌워를 안보면, 맨 처음에 왜 갑자기 와칸다의 국왕이 죽었는지, 왜 두번째 쿠키영상에 저 캐릭터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다.

이 영화는 호불호가 강한 편이라고 들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좋았던 편이었다.

이 영화의 장점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마블의 히어로 탄생을 다룬 영화 치고 상당히 액션씬이 괜찮다는 점이고 둘째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시선이 담겨져 있다는 것이다.

마블에서 나오는 히어로 단독 무비들 1편들끼리 비교해보면, 블랙팬서는 어떻게보면 성장형이 아닌, 완성형인 캐릭터에 가깝기 때문에 새 히어로가 탄생할 때 보여주는 특유의 찌질함이나 액션씬의 부족함이 없는 편에 속한다.

예를 들어, 블랙팬서 이전의 가장 마지막으로 개봉한, 새 히어로 영화, ‘닥터스트레인지’의 경우, 캐릭터 자체가 성장형 캐릭터에 속하기 때문에 블랙팬서와 극단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다.
닥터스트레인지는 마블 영화 중에서도 영상미 자체는 굉장히 훌륭한 편에 속하나, 아무래도 역경을 어떻게 딛고 히어로가 되는지 충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보니, 액션씬을 위주로 봤을 때는 영화의 메인인 마지막 액션씬에서는 기대에 못미치는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블랙팬서는 이미 어느정도 ‘캡틴아메리카: 시빌워’에서 어떻게 자신의 능력을 충실히 사용하는지 이미 보여줬던 적이 있기 때문에, 해당 영화에서 처음부터 어떻게 수련해서 해당 능력을 가지게 됐는지, 그 서사를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마블 영화의 각 히어로 무비 1편끼리 비교해보면 액션씬 자체로만 놓고 봤을 때는 다분히 액션 영화에 충실했던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블랙팬서는 처음 등장부터 ‘완성형’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성장형’ 캐릭터를 봤을 때보다 극적인 긴장감이나 몰입이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블 영화가 디씨와 차별되는 가장 큰 장점은 ‘영웅의 인간적인 면모’이다.
지난 몇십년 간 인기있던 히어로무비를 보면, 관객들의 취향 자체가 예전에는 ‘절대적인 영웅’을 추구했다면, 현재는 ‘대단한 영웅이지만 그래도 평범한 사람같은 면모에서 오는 동질감 내지는 매력’을 더 추구하는 쪽으로 바뀐 부분이 있다.
그러나 블랙팬서는 아무래도 한 나라의 국왕이라는 지위에 있다 보니, 인간적인 면모보단 히어로 정석의 ‘정의감’을 더 강조하는 편이었다.
이러한 측면에서 봤을 때, 기존의 마블 캐릭터 중, 정의감으로 대표되는 캡틴아메리카가 아이언맨보다 인기가 더 없거나 ‘고구마 답답이’로 취급되는 것을 보면, ‘정의감’을 강조하는 ‘블랙팬서’ 역시,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사회적 약자’를 전면적으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타 히어로 무비와 큰 차별성을 보여준다.
이 차별성은 단순히 마블 영화 사이에서만 나타나는게 아닌, 타 히어로 무비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사회의 약자로 대변되는 흑인이나 여성을, 주체적인 역할로 표현한 부분도 꽤나 인상 깊었다.

사실 마블 영화 중에 여성의 역할이 꽤 커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던게 토르: 라그나로크 편이었는데, 그 영화에서 헬라와 발키리가 차지하는 분량도 꽤 컸었고, 그에 따라 국내 여초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캐릭터에 대한 인기가 꽤 컸던것만 봐도 마블의 시도는 꽤나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도 그 시선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 같아서 좋았다.
블랙팬서인 ‘티찰라’의 여동생이 사실은 단순한 공주에서 끝나는게 아닌, 연구소의 연구원이었다던가, 국가의 요직인 장군과 스파이가 여자였던 부분, 그리고 그녀들이 난관에 봉착했을 때 단순히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게 아니라 자신이 주체적으로 해결하려는 부분이 꽤나 좋았다.

실제로 영화 내용 중에, 장군과 스파이가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 대립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장군이 “Serve the nation.” 이라고 하자, 스파이가 “I’ll save the nation.”이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이는 작게보면 내용 전개를 위한 단순 서사에 지나지 않을수도 있지만, 크게 보면 여성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충실한 모습과 사명감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꽤나 인상깊었다.
이처럼 여성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직업에 사명감을 가지고 있는 모습은 영화 거의 끝부분에서 장군과 부족장이 대립하는 부분에서 다시 반복되는데, 왕에 반발하는 부족장이, 연인인 장군에게 “My love, can you kill me?”라고 물을 때, 장군이 “Without questions.” 이라고 하며 자신의 업무를 기꺼이 따르는 장면이 바로 그 것이다.
보통 일반적으로 문학작품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는 여성을 전면으로 내세운 작품이 아닌 다음에야, 일반적으로 여자는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감성적인 존재’로 대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영화는 그 부분을 비틈으로써, 고정적인 성 역할을 타파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영화는 흑인 차별이나 난민 구제 같은 문제들을 우리에게 묻고 있다.
예를 들면, 제 3세계에 대한 인식을 한 번 비틈으로써, ‘만약 현 세상의 소수가 막강한 파워를 가진다면 어떻게 될까’라거나, 요즘같은 글로벌 시대에 ‘단순 국익을 추구할 것인가, 아니면 인류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을 더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시사점을 보여준다.

해당 부분에 대한 내용이 나름 무겁다 보니, 블랙팬서가 정치적 혹은 문화적이라 평가하는 관객도 있다. 그러나 ‘토르’가 ‘왕위 계승’에 좀 더 치우친 정치드라마라면, ‘블랙팬서’는 조금 다른 의미의 정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그런 두 히어로를 비교하며 보는 것도 꽤 재미있었다.
액션 영화로써 오락성을 강조하는 영화도 물론 좋지만, 이 영화처럼 단순 웃고 끝나는게 아닌, 보고서 뭔가를 생각할 점을 주는 것도 좋았고...

사실 이 영화의 매력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긴 했지만, 이 외에도 소소한 재미는 있었다.
부산의 익숙한 풍경이 나오는 것도 좋았고, 여배우가 부산 시장에서 ‘고마워요’라고 한국말 대사를 친 부분에선 영화관의 모든 관객이 빵터졌다 ㅋㅋㅋ
그리고 마블 세계관에서 중요하게 나오는 ‘비브라늄’이 어떻게 쓰이는지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ㅋㅋㅋㅋ 역대 자동차 추격씬 중에 그렇게 긴장감 없는 추격씬을 처음봤을 정도니까 ㅋㅋㅋ
그리고 다양한 영어 억양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재밌었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아프리카 부족이다 보니, 발음 상에서 일반적인 미국식 억양과 다른 억양으로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같은 부족이라 해도 국왕이 쓰는 억양과, 타 부족이 쓰는 억양의 차이도 있었고..
특히 빌런과 타 부족의 억양을 비교했을 때 차이가 좀 느껴졌는데 그것도 소소한 재미였다. ㅋㅋ

나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물론 믿고 보는 마블이니까 당연히 어느정도는 성공하겠지만 그래도 꽤 성공했음 좋겠다.
그래야 이런 아프리카계 히어로나 여성이 전반적으로 나오는 영화가 더 늘어날테니 말이다..

어쨌든.. 강추합니당 ㅋㅋㅋ 재밌어요 ㅋㅋㅋ



- 일부 영어 표현 등은 틀릴수 있습니다 ㅋㅋ 들린대로 적었어요 ㅋㅋ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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