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살이 얼마 남지 않았다.
2018년에 동계 올림픽이 있을거라는 걸 계산하면서 내가 그 땐 서른이 된다니 끔찍하다고 생각한게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그걸 목전에 두고 있다.
요즘은 매일 야근이다.
하루하루 현실에 치여 내가 원하는 꿈은 무엇이었나 잊혀지는 요즘.
매일매일 충실하게도 일에 묶여서 앞으로 거의 못나가는 지경이다.
21살의 나에게 10년을 주자고 다짐했었다.
32살이 될 때까지 내가 하고 싶은걸 이뤄보자고.
그 때까지 달성하지 못하면 지극히 충실하게 현실에 타협해서 살자고.
하지만 그 땐 남한테 노동력을 제공하고 돈을 번다는게 이다지도 자기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인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느 정도는 내 시간정도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직장인이란 회사의 사정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라서 그런가보다.
점점 회사에서 버티는게 힘들다.
자꾸 벼랑 끝으로만 내몰리는 듯 하다.
이러다 힘이 없으면 결국 언젠가는 벼랑에서 떨어질 지도 모르겠다.
한 가지 바라는 건.. 설령 벼랑에서 떨어진다 해도 그렇게 높지 않아서 아프지 않게 잘 착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그래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29살이다.
내 친구 중 누군가는 결혼을 앞두고 있고,
누군가는 유명 대기업에 유명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카톡에 이름만 남은 수 많은 사람들은 벌써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여행을 다니고...
뭐가 그렇게들 행복하고 즐거운 지 하하호호 하고 있다.
카톡 프로필에 올리는 사진들이 그 사람의 가장 행복한 때라는 걸 안다.
나 역시 가장 행복한 순간을 자랑하듯 올리니까.
하지만... 나는 불안정하게 현재에 치여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데 누군가는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는 게 뼈저리게 아픈 순간이 올 때가 있다.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데 안가는 것과, 못가는 것의 차이는 분명 다르니까.

결혼을 하든 안하든, 애가 있든 없든, 사람은 결국 늙어간다.
나 역시도 그럴거고.
하지만 현실에 치여서 오늘만 사는 나에겐...
원래 목표했던 자기계발도, 결혼도 제대로 못하는 듯해서 마음이 먹먹하다..

얼마 전 난생 처음으로 술을 먹고 도중에 필름이 끊긴 적이 있었다.
나중에 일어났을 때 기억나지 않는 과거의 그 순간이 되게 찜찜하고 기분이 참 더러웠었는데..
그 순간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연속성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늘만을 충실히 살며 내일의 나 자신을 위해 약간의 시간을 쓰지 않는 나를 보며, 평상시에도 난 마치 필름 끊긴 사람처럼 오늘만 사는구나 싶었다.
오늘 충실하느라 여력이 없어서 매일 남는 자유시간 1시간을 스트레스 푸는 데에 쓴다고 인터넷만 하다가 끝나니까.

성실한건 좋다.
성실함의 미덕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정말 아쉽게도, 안타깝게도,
수 많은 자소서에 적었던만큼 부모님한테 물려받았던 가장 큰 가치는 바로 그 성실함이었으니까.
하지만 일정부분은 미래의 나를 위해 그 성실함을 나눠주자.
어차피 나는 계속 살아갈거고, 죽기 전까지는 일정부분 내가 꿈꾸던 나와 가까워진 채 죽고 싶으니까.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고 싶다.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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