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되게 오랜만에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해본다.
최근 반년동안 너무 바쁘기도 했고.. 정신이 없었기도 했고.. 그 많은 시간들을 어떻게 정리할지도 모르겠기도 했어서..
그리고 나는 일기 쓸 때 내 부끄러움(?)을 블로그에 적는 느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렇지만 최근 2월 말, 3월 말에 달린 댓글을 보며.. 이제는 새 글을 써볼까 한다.
(9월에 썼던 글은 비공개로 바꿨다가 다시 공개글로 바꾸었으니.. 혹시 궁금하시면 보고 오세여.. ㅎㅎ)
1.
9월부터 3월 중순까지 정신 없는 야근 대잔치가 벌어졌다.
연말이 가면 갈수록 일이 계속 몰리고..
아침 10시에 출근하면 밤 11시에 퇴근하고..
집에 도착하면 밤 12시, 인터넷 깔짝하면 새벽 1시..
또 아침에 일어나면 1시간만에 후딱 대충 밥먹고 씻고 나가서 다시 10시부터 일 시작..
가끔 어떤 금요일에는 회사에서 잠을 자고 토요일 오전까지 일하다가 집을 가는 일이 한 3주정도 있었다.
그렇게 일을 하다보니.. 어느 날 밤에는 내가 쓰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일하다가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 실제로도 들었으니까..
이게 20대때의 체력과는 다른 점인가..
전에는 출근 편도가 20분이었는데.. 이제는 4,50분이어서 더 힘든건가..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 아직 30대 중반이라.. 죽지는 않더라 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
남들이 사라진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는게 너무 힘들었지만.. 연말에 밤 11시에 회사 중정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면.. 그 트리 위의 노란 불빛이 나를 조용히 위로해줬다.
까만 밤, 눈이 소복이 내리는데, 혼자 노란 전구를 둘둘 둘러감은 크리스마스 트리..
회사 모든 사무실의 불이 꺼져 있었지만.. 그냥 그 트리를 보고 있으면 나 혼자 있는건 아닌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12월 말로 갈수록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다.
연말이라 일이 몰리기 시작했고, 게다가 서무업무까지 맡게 되어서..
왜 이렇게 연말에는 그놈의 보고서들을 취합해야 하는게 많을까.. ㅎㅎ
그래서 3주 연속 금요일 밤에 회사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일어나서 일을 하고 도망가고는 했다.
히터도 안드는 그 추운 밤, 휴게실 침대에는 얇은 이불들 뿐..
나는 내 고단함을 이기고자, 이불 위에 내 롱패딩을 덮고, 핫팩을 끌어안고 잠이 들고는 했다.
그나마도 추워서 자다깨다 반복하며 한숨 자고..
아침 7시 무렵에 반쯤 졸린 채로 휴게실에서 나갔을 때, 회사 창 밖으로 보이는 12월 말의 일출이 너무도 아름답고 헛헛해서.. 그 날은 왠지 기분이 묘했던 기억이 났다.
2.
사실 작년에 나를 괴롭히던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블로그는 키워드가 검색이 되기 때문에 정확한 키워드를 쓰기가 사실 조심스럽지만, 영어로 쓰자면 Bullying 혹은 Harassment, 일본어로 하면 パワハラ였다.
개인적으로 남의 돈 버는 10년 만에 겪는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나는 3,4번째 신입이면 이제는 기존의 시행착오를 다 겪고 더 좋은 신입이 되어서 더 빠른 적응을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이 무색하게 나는 빠르게 기운을 잃어갔다.
직전 회사에서는 약 100명의 사람들과 일하면서 두루두루 잘 지냈었는데.. 이번 회사에서는 일적으로 나 혼자 고군분투하는 와중에 パワハラ를 견뎌내야만 했다.
회사에 출근하는 매일매일이 지옥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느낌이었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냥 살아있는거 자체가 매일매일을 형벌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치만 야속하게도 내 애플워치는 항상 내 심박수가 정상임을 보여주고는 했다.
블로그가 공개적인 장소라 자세하게 쓰지는 못하지만, 매일이 힘든 나날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 엄마와 얼싸안고 울었던 날도 있었고..
일을 진짜 너무나도 관두고 싶다 못해, 어느 날은 그냥 플러그를 뽑듯 삶이 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사실은 꽤 여러 날동안, 꽤나 자주 해왔다.
「私、実はさ、あんたが早く会社辞めるかな-と思ったよ。
でも辞めるな。あんたが辞めると、他の人を採用するまでに時間がたくさん掛かるんでしょう?」
어느 날의 회식에선 상사로부터 위 말을 대놓고 면전에서 들어야만 했고.. 그 말을 듣고 다른 팀원이 웃었을때..
나도 힘겹게 웃어보였지만 사실은 괴로웠다.
일을 관두고 싶었다. 너무나도.
혹은 이제는 삶에 대한 기대가 점차 불씨가 꺼져가듯 줄어들었다.
이때까지 힘들게 고군분투하며 어떻게든 잡은 직장이지만, 그냥 모든게 다 부질없었다.
근데 나는 이미 19년도에 내 인생 첫 사주를 봤을 때,
“너 올해는 힘들었을텐데 관두지 말아라. 힘들때 그 회사를 관두고 딴데 갔었어도 너무 힘들었을거다. 그런 시기가 있다”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래서 진짜 너무 관두고 싶었지만.. 그래, 예전에도 이런 말 들었었는데.. 이 1년만 버티자.. 어차피 1년은 지나갈거야. 라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살아냈다.
3.
이런 나를 잡아준 건, 내 가족들과, 나에게 일어난 일은 잘 모르면서도 점점 시들어가는 나를 걱정해준 회사의 몇몇 상냥한 사람들 덕분이었다.
회사에서 가끔 만나는 그들의 한 마디가, 그들의 미소가, 나를 지옥불 속에서 구하고는 했다.
부글부글 끓는 열탕 속에서 바짝 삶아지고 있는 것 같은 억겁의 괴로움 속에도, 그들이 건넨 상냥함들이 마치 산 위의 산들바람처럼 나를 위로해주고는 했다.
아마 그들이 내게 준 상냥함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쯤 다른 결말을 맞이했을지도 모른다.
집 안에 있는 달력마다 ‘이때는 꼭 퇴사해야지’라고 동그라미 치기도 했고..
매일 밤.. 하루에 12시간씩 회사에 갔다가 집에 돌아와서 잠드는 밤이면.. 이대로 제발 내일부터 깨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를 하는 밤이 조금씩 늘어났다.
그러던 작년 연말을 기점으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무서웠던거 같다.
그 다음에는 실감이 안났었다.
그 다음에는 사무실에 있을 때 심장이 빨리 뛰었던 증상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일은 연말에 몰리고, 정말 죽을거 같고 힘들었지만, 한편으론 약간의 숨이 쉬어졌다.
4.
그렇지만 최근 들어 업무공백이 많이 발생하고.. 그래서 나한테 업무가 점점 몰려오고 있다.
야근을 해도 해결이 안될 정도로 많은 일이라니.. 작년 말에 처음 느꼈던 두려움을, 4월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여전히 느끼고 있다.
나는 여전히.. 사회생활 10년만에 처음 겪는 온갖 역경과 시련들을… 최근 1년 반동안 종합선물세트로 계속 때려 맞는 중이야..
근데, 나는 이때까지 예전의 다른 포스팅에서도 썼지만..
나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도 절대 지지 않을거야.
비록 원하던 원대한 목표를 성취하지는 못했더라도, 나는 그 근처까지는 가봤던 사람이니까,
나는 예전에도 사회생활하면서도 내 꿈 이루려고 주경야독했던 사람이니까,
2년의 공백기동안 매일 공부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어도 책상에 앉아서 스톱워치로 시간 재가면서 공부해봤던 사람이니까,
남들한테 안좋은 소리를 듣고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순간들 속에서도, 또 누군가의 상냥함을 받고 다시 일어나려 했던 사람이니까,
그러니까, 나는 괜찮아.
지금의 어려움도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거다.
여기서 져버리기엔 과거에 열심히 살았던 김지인들이 나를 응원해..
지금의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상냥함이 나를 붙잡아..
사실.. 지금도 너무 도망치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는.. 역경을 헤쳐나가면서 점차 근사하고 우아해질거란걸 믿어 의심치 않아.
나는 김지인이다.
+) 최근 내가 너무나 좋아하고 항상 닮고 싶은, 나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생각이 깊은 동기의 얘기를 듣고, 일의 압박이 많을 때, 어느날 문득 대책 없는 여행을 가고는 했다.
어느날 문득 부산 전포동에 ‘모모후’라는 카페를 갔는데..
커스타드 푸딩이 너무 너무 맛있어서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원래 커스타드 푸딩에도 약간의 계란 비린내 때문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여기는 어찌나 맛있기만 하던지…
메론소다도 진짜 맛있었당.. ㅎㅎㅎ
사장님..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그 날.. 대전에서 부산까지 잘 왔다며 말 걸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ㅎㅎ

'못다한 이야기 > 오늘도 하루를 산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4년 9월의 단상 (3) | 2024.09.22 |
---|---|
. (2) | 2024.05.26 |
2023년 12월 초의 단상 (7) | 2023.12.03 |
최근에 면접을 봤다 (1) | 2023.05.20 |
마음이 새카맣게 타들어간다. (0) | 2023.03.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