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오늘은 일단 주말이긴 하지만..

요즘은 거의 매일 도서관을 다닌다..
유성도서관, 세종도서관...
여러 도서관을 다니지만 평일 낮에 도서관을 다니면서 느끼는건..
참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무언가를 공부하고 있다는 것..

모두들 공무원 준비를 하는줄 알았는데..
사람들 책을 보면 저마다 다 다른걸 공부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체육 임용.. 어떤 사람은 공무원.. 어떤 사람은 전기 기사.. 어떤 사람은 일본어 등등..
연세가 6,70대는 되어 보이는 분들이 취미생활로 공부하시는 것 같은 모습부터..
도대체 어디서 오셨을까.. 싶은.. 양복을 입은 4,50대 남자분이 공부하시는 모습..
그리고 이제 막 대학을 갓 졸업한 것 같은, 20대들이 공부하는 모습..

그 사이에 끼면서 자격증 공부를 하며.. 사실은 여러 감정이 매일 교차하고 마는 것이다.
나는 결국 그토록 6년동안 열심히 했던 일로부터 튕겨저 나오다시피 했는데..
저 사람들은 무슨 연유로 여기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걸까.. 싶은..

여기는 과연 패자부활전의 장소일까?
아니면 그냥 패자들을 분리수거하는 쓰레기통일까..
아니면... 미래를 위해 발돋움을 할 수 있는 인큐베이터일까?

예전에 어떤 기사를 읽었다.
노인들이 도서관에서 깽판을 친다는 이야기..
그만큼 노인들이 사회적으로 갈 곳이 없어서 도서관에서 시간을 머무른다는 이야기.

그리고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그런것도 읽었다.
열람실에 자리가 없자, 어린이용 자료실에서 노트북을 켜놓고 공부하며 오히려 어린이들에게 화를 내는 성인 남성의 이야기..

그나마 다행인건 이때까지 도서관을 두달동안 다녀봤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는 것..
그런데.. 도서관이 어떤 공간이든..
기왕이면 이 곳이 미래를 향해 내딛을 수 있는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전국에 자신의 미래를 공부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모르겠다.. 마음이 힘들어져서 이런 말을 하고 있는건지도..
회사엔 어쩔 수 없이 나오게 되었는데..
잡플래닛에 검색하면 왜 그 회사처럼 성추행하고 여자직원을 하찮게 여기는 중소기업은 많고..
가족같은 회사는 왜 이렇게 많은지.. 격주로 6일 근무하는 중소기업은 왜 이다지도 많은지..
20대 때야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보상받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이라도 있었지만..

8개월간 개고생하며 토익 960점 만들고..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서 6년동안 몸과 마음을 바쳐 성심성의껏 일했던 결과가 이런거라니..
‘열심히’의 가치를 이젠 잘 못믿겠다..

아무리 성과를 내도, 보답받지 못하는 기분이라는거.. 지난 6년 중, 마지막 3년을 뼈저리게 느껴서..
CS는 가장 사후에서 회사를 대표해서 사용자를 응대하는 일이다.
그리고 회사 내에서는 사용자들을 대표해서 그 의사를 전달하는 일이다.
CS 자체에선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사용자의 피드백을 개발, 기획에 전달해주면 그 담당자들은 그걸 개선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영업에선 당장 눈앞의 매출만 신경쓸게 아니라, 제대로 된 제품을 판매를 해야, 그만큼 사용자의 배신감을 덜 느끼고 CS의 일이 줄어든다.
품질이 안좋은 제품이 출고되고, 거기에 대한 피드백이 없는 이상, 그 회사의 CS는 사실상 할 수 있는게 없다.
욕받이만 될뿐.

그 짓을 장장 3,4년간 했다.
퇴사할 때까지.
속된 말로 사용자에게 욕도 오질라게 먹고, 매번 기약이 없는 ‘다음 소프트웨어 때는 반영해드리겠습니다’ 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해야 했다.
아무리 피드백을 줘도 개발이나 기획에서는 이건 안된다, 저건 안된다며 다 거절하기 일쑤였다.

A/S업무도 제대로 될리가 없었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빨리 해달라고 하면.. A/S는 언제나 양산 제품보다 우선순위가 밀렸으니까.
아 그래.. 우선순위 밀리는건 그럴수 있다 치자. 하지만 그렇다면 적어도 사용자들이 그 밀리는걸 체감하게끔 하면 안됐다.
수리기간이 기존의 3배까지 늘어나면 안되는거였다.

아무리 입사 초기에 배운대로 품질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해도, A/S 제품을 테스트해도..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이미 제품이 쓰레기였으니까.
쓰레기인 제품을 깔짝깔짝 고쳐도.. 또 다른 쓰레기같은 문제가 나오고 나오고 계속 나왔다.
고구마 하나 캐내면 줄줄이 나오는 고구마 뿌리처럼..

20대 때의 나는, 내가 내 자리에서 열심히만 하면 어떻게든 되는 줄 알았다.
그래, 어떻게든 됐다. 내부가 다 썩어가는데 고객들이 보기에는 어떻게든 현상 유지는 됐으니까.
문제는 많았지만.

근데, 내가 근본적으로 개선할 순 없었다.
6년차 대리 나부랭이 따위가 할 수 있는건 사실상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리 동료와, 후배와 열심히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바뀐 팀장부터 경영진, 타 부서까지 어느하나 움직여주지 않았는데.. 무슨 수로 개선할 수 있었을까.
이건.. 김지인이 아니라 우리 고조 할아버지가 다시 살아돌아오셔도 안되는거다.

이건 마치, 뇌사상태의 인간이 손과 발이 멀쩡하다고 해서 그 손과 발을 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거다.
그런줄도 모르고 손은.. 최선을 다했다.
어떻게든 움직이려 노력하면 되겠지, 그러면 뇌도 다시 깨어나겠지.
그럼 옛날처럼 다시 나도 잘 움직일 수 있겠지.

아니, 그냥 개고생했다.
아무리 야근을 하고 지랄을 하고 사용자에게 욕을 쳐먹어도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 사이에 내 몸, 마음, 열정... 참 많은 것들이 사그러들어야만 했다.


그렇게 맞은 30대다.
‘열심히’라는 댓가로 철저히 실패에 실패로 맞은 30대다.
그러니 나는 부디, 도서관이 패자부활전의 장소였으면 좋겠고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기 위한 인큐베이터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내 인생에 희망이 생길 것만 같다.
그렇지 못하면.. 스스로한테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을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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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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