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끓기 위해서는 섭씨 100도가 되어야만 한다는 말이 있다.
99도와 100도, 단 1도의 차이이지만, 그 1도 때문에 그 물은 단순히 따뜻한 물일수도, 기체로 변하기 시작하는 물이 될 수도 있다.

사람의 인생도 게임의 경험치처럼 수치화되어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만일 그렇다면 내가 얼마나 더 노력해야 1키로를 줄이고, 1점을 더 올리고... 이런 것들을 더 쉽게 알텐데..
그렇다면 나태해지는 사람들은 별로 없지 않을까?
슬럼프에 빠지는 사람들도 지금보다는 적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얼마 전, aT의 필기시험을 보러 갔다.
aT는 서류가 적부검사로 필터링이 되는 회사였지만, 그래도 혹시나 서류가 떨어질까 전전긍긍했다.
크게 기대는 하지 말자면서도, 그게 잘 안됐다.

남은 자투리 시간이라도 준비해야겠다 싶어서 2년치 농업보고서를 워드파일로 정리하고..
법 관련 부분도 워드파일로 요약했다..
비록 많이 부족하지만.. 합격자들이 자주 본다는 농민신문과 aT 유튜브 채널.. 각종 자료들을 몇 주동안 준비하고 갔다.

지금껏 다른 공기업에 시험보러 갔을 때는.. NCS 비중이 너무 크고 워낙 TO가 적어서 크게 기대는 안했는데..
이번에는 평소에 너무 관심있었던 무역에 관한 공기업이라서 그런지..
몇 백 페이지가 넘는 자료를 보면서 워드 파일로 준비하고.. 머리에 외워질 때까지 보고 또보고 해서 그런지.. 막상 시험 보기 전까지 마음 고생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심장이 목구멍을 치고 올라올 것 같은 두근거림이 나를 괴롭혔다.

스스로를 응원하기 위해서.. 시험 1주일부터 미친듯이 들었던 페퍼톤즈의 행운을 빌어요를 들으며, 많은 수험생들 사이를 걸었다.

교문을 들어서자, aT직원들이 자유시간과 블랙보리를 쥐어줬다.
긴장하지 말고 시험 잘 보라고..

마치 수능 응원하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
진짜 이런 공기업은 또 처음 봐서 신기하기도 했다.. ㅋㅋ



미리 들어가서 준비하는 시간까지 합치면.. 모든 시험이 끝날 때까지 한 5시간 가량을 그 학교 내에 있었다.
하루에 봐야하는 시험의 종류가 많았다.

그 중에서 이 때까지 가장 공들여서 준비했던 건 마지막의 경제논술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4시에 경제논술 주제 2가지를 보는데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준비를 미처 못했던 부분에 대해 나와서, 어떻게 작성을 해야 할 지, 눈 앞이 캄캄해졌다.

결국 나름대로 답을 적긴 적었다. 50분의 시간 내에 적기는 적었으나..
내 답변에 대해 얼만큼의 자신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은 단 1도의 차이만으로, 물이 끓을수도, 끓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무역 관련 분야의 취업이라는 목표로.. 100도가 되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 날의 나는.. 100도에 도달했을까...?
아니면 나는 아직도 100도에는 미치지 못하는 사람인걸까..


금번 aT의 필적 확인란에는 이런 문구가 나왔다.
‘시작하는 데에 늦은 때란 없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누구보다 늦고 싶지 않았고, 남들이 가는 평탄한 길을 가고 싶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늦게, 결국 내가 원하는 분야로 도전하느라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과연 나의 때가 언젠가 오긴 할까?


​​



​​​​​- aT에서 준 블랙보리..
원래 자유시간도 줬었는데 그건 쉬는시간에 다 먹어버려서 인증샷이 없었다.. ㅋㅋ
응원 스티커도 붙여주고.. 감동..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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