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을 준비했지만 결국 서류에서 또 떨어지고 말았다.
목표했던 세 기업 중에 마지막 기업이었는데.....
멘탈이 털려서 이제는 정말 오늘까지만 살아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서류 탈락하고 티비에 나오는 환불원정대 마지막화를 보고 ‘살아있어서 다행이야’라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보게 된 일본드라마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逃げるのは恥だが、役に立つ)’ 리뷰를 시작한다.

이 드라마를 보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10년전부터 청순의 대명사 아라가키 유이가 나온 드라마니까,
근데 그 각키가 노래에 맞춰서 춤을 추네??
동생이 왓챠 정기권을 지난달에 끊어주고, 거의 안봤다가 어차피 서류도 또 떨어졌겠다, 마침 왓챠에서 이번에 다시 이 드라마를 공급한다니까?
그리고 취직이 어려운 여자가, 한 남자 집에 취집하는 내용인데 내용이 너무 재밌다고 해서.

드라마의 시작은 파견사원으로 근무했던 미쿠리가 결국 해고되고 아빠 인맥찬스로 한 개발자의 집에 가정부가 되면서 시작한다.
더 이상 일을 안하는건 하고 싶지 않은 미쿠리가, 어떻게든 일을 잘해보려고 완벽하게 집을 청소하고, 결국 가정부로 고용이 된다.
한편, 미쿠리네 부모님은 정년퇴직을 맞이하야 시골로 내려가게 되고,
시골에 가면 ‘지금 하는 일이 없어짐 + 새 일자리를 찾는게 더 힘듦’ 을 걱정하던 미쿠리는, 개발자인 츠자키 상의 집에서 거주하며 가정부를 하는 이른바 입주도우미가 되기 위해, 츠자키에 계약 결혼을 제안한다.
계약결혼이란, 가정부의 수입을 약 연 3100만원 이상의 주부 업무의 화폐 가치로 환산하되, 같이 살면서 드는 공과금과, 사실혼으로써 츠자키를 통해 얻는 건강보험 등을 공제한 금액만큼 미쿠리에게 임금으로 제공한다는 것.
그리고 그를 위해 사실혼의 형태로 같이 거주한다는 것이다.
비록 처음에 아이디어를 낸건 미쿠리였지만, 츠자키는 이렇게 일 잘하는 가정부가 필요했기 때문에 (...)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고용 계약서를 직접 작성해서 계약을 체결한다.
그리고 미쿠리네 집에 결혼 승낙을 받고 그 길로 상견례를 하면서 결국 사실혼으로 살게 된다.

하지만 사실 츠자키에겐 하나의 비밀이 있는데..
그는 35년 모쏠인 프로독신러라는 것.
업무는 빠삭하고 숫자 계산에도 능통한 그이지만, 애석하게도 그에겐 일평생 단 한번도 누군가를 사귀어본 경험이 없다.

그런 그에게 미쿠리의 등장은 생소하지만, 처음엔 정말 입주도우미 (방 1칸에 거실 1칸인 집에 입주도우미가 말이 되나 싶지만) 느낌으로 미쿠리를 대하지만..
어느날 느닷없이 들이닥친 회사 직원들 때문에 자신의 침대를 미쿠리에 내어주다, 다음 날 자신의 침대에 남아있는 미쿠리의 향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결국 그 시점을 계기로 점점 미쿠리를 짝사랑하게 된다.

한편 미쿠리는 처음에 사소하게 돈이 생겨야 할 일이 생겨서 겸업을 하게 됐는데..
그 놈의 겸업 때문에 고용주께서 질투를 하고 계셔서 회사 분위기가 개똥망이 되는 바람에 (...)
사회생활의 일환으로 분위기를 풀어볼까하여 ‘본격 허그의 날’을 창설하여, 감히 고용주를 껴안는 등, 갖은 행동을 하다가 결국 여차저차 츠자키를 좋아하게 되고..

결국 쌍방으로 각자 지구 내핵까지 삽질하다가 여차저차 잘된다는 이야기이다.


처음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선입견은..
“와.. 이젠 하다하다 나라에서 취업률이 낮으니까 10살 많은 남자한테 취집하는 드라마를 장려하는구나..” 라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까 그냥 알콩달콩 재밌었다.

근데 이 말도 안되는 스토리를 말이 되게 만든건 캐릭터가 가진 특성 때문이었다.

자신의 일은 빠삭하지만 35년동안 일평생 모쏠에, 그 상황에 체념하듯 하면서도 그냥저냥 성실하게 살아가는 남자주인공인 츠자키 히라마사.
취직하려고 각고의 노력에 대학원까지 진학했지만 결국 파견에서 짤리게 된, 사실은 주변인에 오지랖도 부리고 아이디어 뱅크인 25살의 심리학 전공의 여자주인공인 모리야마 미쿠리.

여자주인공이 “옛다 의견”하고 던져주면, 남자주인공이 덥썩 물어서 말이 안되는 아이디어를 말이 되게끔 하는 성실함이, 이야기에 설득력을 불어넣어 줬다.
만일 남자주인공이 기존 여주가 만났던 다른 남자처럼, 여주의 의견을 개무시했다던가, 아니면 일반 남자처럼 진짜 어영부영 skillful하게 미쿠리랑 관계 급진전 or 단물 빨고 버려버리기를 했다면 이런 아기자기한 내용이 안됐겠지..
여자주인공도 시종일관 드라마에서 나오는 ‘突拍子もない(とっぴょうしもない:엉뚱하다) 로 대표되는 이 성격 특성 + 심리학 전공으로써 상대방의 성격을 이해하려는 캐릭터 특성이 없었다면, 이렇게나 사랑스런 드라마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냥.. 이 둘이 이 둘이라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된 느낌..
자칫 잘못하면 이게 말이되냐, 지금 이걸 드라마라고 썼냐고 할 법한 이야기를, 말이 되게끔 만든 원작자와 각본가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새삼 감탄하며 봤다..

사실 말이 안되는 구석을 찾으라면..
1) 차라리 이렇게 입주도우미(...)를 하려고 양가 부모님한테 거짓말 치면서까지 사실혼 ㄱㄱ 하는것보다는 동거하는 방법이 더 나을 수도 있고..
2) 이모도 독신인데 이모네 집에서 살면서 가정부 일 겸하면서 구직활동을 하는 방법도 있고..
첫 스타트부터가 이미 말이 안되는데 뭘.. ㅋㅋ;;

그리고 이 드라마의 다른 좋았던 점은, 결국은 이 드라마가 취집으로만 마무리가 되는건 아니라는 것..
다른 형태의 모습이라도 미쿠리는 스스로 일을 개척하려고 도전하고 있고..
그 와중에 일에지친 미쿠리는 츠자키에 화내기도 하지만, 츠자키는 그런 미쿠리를 제대로 봐주고 얘기해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실은 가정주부는 가치가 없는 일을 하는게 아닌, 사실상 연 3100만원 이상의 가치인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음에도, 가족을 위해서 자원봉사의 개념으로 헌신하고 있다는 것임을 다시한번 상기시켜준 드라마다..

그 외에도 다른 왓챠 시청자의 사용자들 평처럼..
1) 타인을 그 사람이 가진 대표적인 특성으로 함부로 판단하는 오만함에 대한 반박 : 게이, 잘생긴/예쁜 사람에 대한 편견
2) 여자의 아름다움이 젊음이란 유통기한 내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나이가 든 여자도 충분히 아름답고 멋지다는 것
3)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미쿠리의 오빠가, 드라마 상에서 유쾌하게 망가지면서 보여주는 가부장제에 대한 도전
4) 아이가 있으면 이혼하는게 잘못된 것이라는 선입견에 날려주는 시원한 펀치
등, 여러 표현들이 이 드라마를 한층 더 재밌게 만들어주었다.


+ 기타 사족)

엔딩에는 노래가 나오고 출연진들이 나와서 춤을 추는데,
유독 다른 배우들에 비해 남자주인공의 춤이 장난이 아니길래 ‘아니 저 사람이 대체 왜????’라고 생각했더니,
알고보니 남자주인공이 부른 노래였다.. 심지어 원래 가수임....
근데 본 드라마에서는 걍 일만 잘하는 개발자였는데 엔딩에서 노래에 맞춰서 춤을 제일 잘 추니까..
흡사 명탐정 코난에서 코난이 오프닝 곡에 맞춰서 춤추는 영상을 보는 느낌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만큼 이질적이지만 신선하고 재밌었단 이야기 ㅋㅋㅋㅋㅋㅋ

마지막으로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래, 이건 빼박 진리지.’ 라고 느꼈던 짤을 남기고 리뷰를 마칠까 한다.




멋있는건 결국 실망하게 되지만, 귀여운건 최강이다.. ㅋㅋ
귀여우면 실망할 일이 없지.. 실망스러워할법한 일도 귀여워 보이니까..
이래서 콩깍지는 무서운 것이다... ㄷㄷㄷ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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