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관두고 지난 6개월동안 한 일은 다음과 같다
1) PSAT용 NCS 책 3권 완료
2) 토익 800후반
3) 미시경제, 거시경제 1회독
*기타: 해당 회사 및 산업에 관련된 신문 기사 1년치 워드로 300 페이지 가량 정리

2주 전의 나는, 다시금 원하던 회사의 서류에서 탈락하고야 말았다.
필기시험을 칠 수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며, 보고 있던 경제보고서를 닫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반년만에 처음으로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잠이 들었다.
다음 날 토요일이 되어야 일어난 나는, 집 안의 베란다 너머를 바라봤고, 문득 ‘오늘까지만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면, 이젠 너무 지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웃기게도 그 날은 놀면뭐하니의 환불원정대가 나오는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MBC를 틀었다.

티비에서는 천옥,만옥,실비,은비가 텅 빈 무대에서 사람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노래하는 무대가 나왔다.
울고있는 그들을 보니, 나 또한 눈물이 났다.
그 당시 눈물은 개인적이라기보단 그냥 감동의 눈물이었지만..
그걸 보고 너무 재밌고 감동적이어서, 정말 어처구니 없게도 ‘아직 살아있어서 다행이야.’라는 생각을 했다.
그 다음엔 멘탈을 부여잡을 길이 없어서, 동생이 끊어준 왓챠에서 평소에 보고싶었던 록키호러픽쳐쇼나, 도망치는건 부끄럽지만 도움이된다 같은 영화나 드라마를 봤다.

그 기간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처음엔 화가났고, 다음엔 슬펐고, 서류전형이 바뀐거에 속상하기도 했다가..
결국 바뀐 서류전형을 통과하지 못했던건 내 역량 부족이 아니었을까.. 납득도 됐고..

그래서 토익시험도 다시 준비하고 있다..
아무래도 900은 넘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 문제를 풀고 리뷰하는 중이다..
그치만 4개월만에 다시 하려니.. 다시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사 책도 새로이 샀다..

그렇지만 사실은 막막했다.
하지만 인생은 결국 고난과 고통의 연속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학교 다닐 때 내가 좋아하던 과목들만 열심히 했었는데..
요즘와서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에 그토록 싫어하던 수학을 공부했어야 하는 이유는..
내가 수학문제를 한 문제라도 더 풀어서 노벨상을 타기 위함이 아니고..
어차피 인생에서는 무언가를 하려면 내가 하고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을 동시에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지지부진한 과정을 참고 견디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때 그 과정을 제대로 감내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벌을 받고 있는게 아닌가란 생각도 잠깐 했다.

어떤 스님은 그랬다.
자신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이유를 찾으려하지 말라고.
태어났으니까 사는거니까 그냥 살으라고.
왜 태어났냐고 자꾸 자신에게 물으면 결국 자살하게 될거라고 했다.
결국 모든 삶의 종착지는 죽음이므로.

요즘은 죽음을 생각한다.
사실 예전부터 생각은 해왔지만.
하지만 조금은 다른 점이 있다면, 사람은 어차피 언젠간 죽을거니까 하는 데까지 해보자는거다.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떨어졌고, 울고싶어졌다.
미시,거시 경제를 3개월동안 머리터지게 싸매면서 끙끙댔더니, 이젠 경제의 ㄱ조차 보기가 싫어져서..
사실은 다음의 국제경제를 배울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근데 어쩌겠어.. 해야지.. 나는 해야만 만족하는 사람이잖아.

인생은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퍼붓는 빗속에서 춤추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 했다.
그래서 그냥 이제는 춤을 춰볼까 한다.
아무래도 플랜 A가 망가졌으니 B,C도 세워야겠고.. 실행하려면 벅차겠지만..
이런게 인생이겠지..
내 스스로를 다독이며 차갑고 추운 빗속에서 춤을 춰야겠다.
내년 이맘 때 쯤에 어떤 결과가 기다릴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기적으로 그 결과는 미래의 나에게 미뤄두기로 했다.
미래를 걱정하지 말아야지. 그냥 나는 오늘을 살아야겠다.
일단은 이게, 지금 내가 선택한 춤이다.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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