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에 다시 토익을 울면서 5주를 공부했다.. 이번엔 900점을 넘을 수 있었다.
그 뒤로 6~7주간 한국사를 공부했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80점을 넘기자고 10회분 2회독을 하다보니 100점을 맞았다. 기쁘고 안도가 되는 한편, 줄어든 시간이 아까웠다.
지금은 당장 2월 말에 있을 토익스피킹 시험에 대비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뭔가 머릿 속의 핀트가 자꾸 나가는 기분이다.
작년에 미시, 거시 경제 공부하면서 멘탈이 나가는 경험을 많이 했다. 아무리 해도해도 이해가 안돼서..

작년 11월 중순에 가고싶었던 서류에서 떨어지고.. 5주동안 절박하게 토익 준비를 하면서, 7,8년전에 토익만 8개월 해서 960점을 간신히 맞았던 그 당시의 기억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 때 내가 왜 공기업 준비를 더 안하고 사기업으로 돌렸는지 다시 생각이 났다.
이 고생을 해왔고, 앞으로 그보다 더한 고생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결국 최종적으로 실패할 때 겪을 괴로움이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 때 그 마음을, 지금 다시 겪고 있다.

유효기간이 얼마 안남은 토익스피킹을 앞두고, 또다시 레벨7이 안나오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만약 안나온다면.. 작년 4개월동안 배운 미시,거시 경제는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
그 회사는 토익과 토스 최저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이번엔 필기도 못가고 서류에서 탈락이니까..
올해는 국제경제도 해야하고.. 이해 안된 미시,거시도 다시 리뷰해야 하고..
그리고 또 작년처럼 서류나 필기에서 떨어지면 답도 없으니까 다른 공기업이랑 같이 준비하려면 경영, 회계, 재무도 파야할거 같고..
그치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실낱같은 희망으로 이번엔 서류에서 붙을수 있을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한영/영한 번역이랑 영어 에세이도 새로이 준비해야 하는데..
오히려 시간에 비해 해야 할게 너무 많다보니까 뭐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자꾸 자신감만 사라진다.

한능검을 이번에 100점을 맞고.. 과거 공무원 9급 한국사 기출을 풀어 봤다.
근데 뜬금없이 75점이 나왔다..
그래서 이럴거면 차라리 공무원을 준비할까란 생각도 잠깐 했다.
공기업 준비생 중에 어떻게해서 필기까지 붙어도 면접에서 떨어지는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니까 더 기분이 싱숭생숭해져서..
그리고 영어랑 국어도 기출 풀어봤을 때 6-70점대라서.. 차라리 이게 더 나을까란 생각도..
여러가지 공기업을 준비하느라 과목 수를 여러개 늘려가야 하면서도.. 서류에서 떨어지진 않을까 이토록 전전긍긍할거면..
차라리 서류전형도 필요없고 고정된 과목을 준비해서 시험치는 공무원 쪽이 더 낫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막상 또 준비하면 쉽지 않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만일 여기서 또 포기한다면 그 땐 이 길로 돌아올 수 없다.
이것도 마지막으로 주어진 기회니까..

인생의 무서운 점은,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사실은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얼마 없다는 것도 느낀다.

8년전과는 달리, 나는 너무 나이를 먹어버렸고, 그래서 이젠 사기업으로 돌아갈 수 조차 없었다.
그 때보다 취업시장도 더 악화되어, 이젠 계약직이 너무 비일비재하고..
돌아간 사기업에서는, ‘넌 공부도 잘해서 이 일들을 다 견딜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왜 못하냐. 힘들어도 웃어야지’ 라는 소리나 듣고 있자니 당시엔 멘탈이 날라가는 기분이었고..

그래서 공기업을 준비해보지만, 전공을 준비하기도 전에, NCS다, 토익이다, 토스다, 한능검이다 등등.. 잔가지들 나부랭이 처리하는 데에 쓰는 시간과 열정 때문에, 어느순간 진이 다 빠진다.
자꾸 이제는 ‘중심을 쳐야해. 잔가지 다 때리고 채웠으면, 중심을 어떻게든 쳐서 쇼부를 봐야해.’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것마저 다시 너무 벅차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도 그게 끝이 아닌, 단지 문을 여는 새로운 시작임도 안다.
어딘가 새로운 회사에 들어가면 사람과 업무에 적응해야 하는데.. 그러면 또 힘들겠지. 멘탈도 더 터질거고.
내가 죽을 때까지 어디선가 계속 겪어야만 하는 괴로움과 노동강도를 생각하면.. 지금 전력을 다해서 죽을 각오로 하는게 맞긴 한건지.. 많은 의문이 든다.

얼마 전, 부모님은 나한테 그랬다.
본인들은 그냥 되는대로 살라고 가르치는데, 넌 도대체 뭐가 문제라서 이러는거냐고. 뭐가 그렇게 항상 불만이냐고.

나는 단지 외국어를 배우는게 좋았다.
그리고 그와 관련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사기업에서 나오면서 이 악물고 칼을 가는 심정이었다.
그래서 여러번 두드렸는데, 희망도 어쩌면 보이지 않을까 해서 많이 시도했는데, 제대로 열리지 않았고, 열리지 않고 있고.. 이젠 자신도 없고..
역시 외국어는 외국물 먹은 사람이 하는게 더 맞았나보다..
경제나 NCS는 나같은 수포자가 건드리는게 아니었나보다..
하루 10시간 공부는 나같은 벼락치기 하는 사람이 하는게 아니었나보다..
이제는 다 그만하고 싶다.
서울대도 못나온 내가 무슨 놈의 공부를 하겠다고.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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