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12월 초,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봤고.. 미루고 미루다 쓰는 영화 이야기이다.
이 영화는 97년 IMF가 어떤식으로 벌어졌는지 나오는 내용이다.
사실 이 리뷰를 쓰기 전에 이미 다른 사람이 쓴 리뷰에서, 영화에서 나온 해결책도 사실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었다는 것을 보고 작성하는거라.. 그리고 경제 분야에 대해선 나는 잘 몰라서..
나는 다만 97년에 초등학교 2학년으로 봤던 그 때 실 상황과, 영화에서 봤던 상황을 비교하고 싶었다.

영화는 국가부도를 막으려는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인 김혜수, 그리고 후에 부도가 날 미도파 백화점에 어음을 받고 외상으로 물건을 납품했다가 고생하는 허준호, 그 와중에 경제를 몇 수 앞서서 읽고 부자가 되는 유아인이 나온다.
(사실 영화를 본 지 좀 돼서 극중 캐릭터 이름이 기억나질 않는다.)
그리고 그런 김혜수와 정 반대의 위치에서 무지한 시민들을 싹 갈아버리려는 기획재정부 차관, 조우진이 나온다.

어렸을 때의 나는, 9시 뉴스를 보면서 이상하단 생각을 했었다.
분명 내 기억에도 티비에서는 어느 날엔 경기가 안좋아진다고 말하다가, 또 어느날엔 경기가 풀린다고 말하다가.. 그러다 결국 IMF가 왔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걸 내가 왜 기억하고 있냐면.. 당시에 매일 일기를 쓰는 숙제가 있었는데, 일기란 자고로 이벤트를 쓰는 것인데 일상은 본디 매일 무언가 이벤트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서.. 그럴때마다 9시 뉴스를 옆에서 보고 티비 기사를 보고 거기에 대한 코멘트를 다는걸 했기 때문이었지..
난 그런식으로 일주일에 2,3번은 일기를 썼었던 것 같다 ㅋㅋ
처음엔 엄마아빠의 아이디어로 시작했었는데.. 나중에 쌤이 반 애들한테 1주일에 1번은 이렇게 쓰라고 했던건 안비밀임 ㅋㅋㅋ

어쨌든.. 이 영화를 보게되면 소름끼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 몇가지만 꼽자면,
먼저 영화의 첫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취업을 하기 위한 젊은이들을 대조하여 얼마나 상황이 암울해지는지 보여주는 것.
그리고 영화의 배경이 되는 그 짧은 나날들동안, 국고는 어떻게 줄어가는지, 우리나라 100대 대기업들이 어떻게 줄도산을 하는지, 그리고 그 대기업과 연관되는 중소기업들이 어떻게 망하는지 보여주는 것.
그를 통해 우리네 가장들은 왜 그렇게 자살을 했는지 암시하고..
마지막으로 IMF의 6가지 독소조항 중 1번째와 마지막 조항을 언급하는 장면이다.
그 조항이란, 외국인의 투자 지분을 높이고 해고를 자율화하는 것이었는데..
그래서 우리나라 주식 시장이 현재 변동이 심하고.. 비정규직이 판을 치고.. 취직을 못하는 사람들이 널리고 널린 것이겠지.

그 뒤에 나오는 것들이 결국 홈에버 사태 같은거 아닌가?
네이버 웹툰, 그리고 JTBC에서 나왔던 ‘송곳’이나, ‘카트’같은 영화.
우리네 엄마들이 자기보다 나이 어린 관리자에게 욕을 먹고 그걸로도 모잘라서 하루 아침에 짤리게 됐던 것들..
그 근간이다, 이 영화의 배경은.


만약 정상적인 사회였다면, 그 일이 없었다면, 우리네의 삶도 더 달라져 있었겠지.
최소한 노오오오오오력을 해도 삶이 돌파구가 없거나 그러진 않았을거다.
노력한대로 정당한 댓가를 받는 사회에 좀 더 가까웠겠지.
공부를 좀 잘한다 하면 무조건 소위 말하는 ‘사짜 직업’, 공무원, 교사를 준비하는게 아니고 말이다..

공무원 시험은 100명이 도전하면 2명만 붙고 나머지 98명이 떨어지는 시험이라 들었다.
중등교사는 사대생 뿐만 아니라 일반 대학에서 교육학 복전하면 응시가 가능하니.. 그 시험도 어렵다 한지 최소 10년 이상은 지나왔다는걸 당연히 안다.

중소기업을 다니면.. 지금의 나처럼 야아아아아근만 하다가 몸과 마음이 다치고 적은 월급으로 간간히 버티기만 할뿐이고..
대기업을 다녀도.. 뭐.. 돈은 많이 받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팽당하는건 마찬가지고..
KT가 기존 노동자들을 어떻게 했는지..
유성기업이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노무사를 고용해서 노동자에게 어떻게 했는지..
우리는 뉴스기사로 너무 많이 접했잖아.

나라가 약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많이 개방하게 된 우리나라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국민을 소모품으로만 살게 내몬 채로 국민으로 하여금 너무 많은것을 희생시키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 결과로 출산율도 떨어지는거잖아.
돈도 없고 연애할 시간도 없는데 대체 언제 연애해서 언제 결혼해서 언제 애키우고 살다 죽냐 ㅋㅋㅋㅋㅋㅋ
24시간을 놓고 보면 집에 있는 시간은 하루중 8시간밖에 안되는데 ㅋㅋㅋ
자고 일어나고 출근준비하는 시간, 그 8시간 말이다.

9살의 나는, 이 영화에서 나온대로 아나바다 운동을 하며 자라온 세대다.
국민의 과소비가 얼마나 나라의 경제에 악영향을 줬는지 교육받으며 자라온 세대고.
그리고 그 때 당시 정리해고된 아빠가, 퇴직금을 두고 우리 엄마랑 머리를 맞대고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옆에서 보면서 자라왔고..
어느날 갑자기 해고된 아빠가, 집에서 힘없이 누워있던 나날들을 겪었고,
그런 아빠가 어느날 갑자기 도배를 배우기 시작했고..
엄마가 마트에 일을 나가기 시작했고..
엄마 아빠가 작은 회사를 전전하며 맞벌이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식당 하시고..

그래서 이 영화를 봤을 때 나는 굉장히 슬펐다.
난 경제학도가 아니기 때문에, 사실 이 당시에 어떻게 해야 나라 경제를 구제 할 수 있었던 건지 그건 정확히 잘 모른다..
근데 경영학도였던 사람으로써, 그로 인해 발생했던 노동계의 영향이 어떠했는지, 너무 잘 아니까.
지금은 노동자로서, 그게 나한테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정말 뼈저리게 매 순간마다 느끼고 있으니까.

왜 항상 잘못은 정부, 대기업이 해놓고 그 피해는 우리같은 소시민이 보는지 모르겠다.
무지해서일까? 아니면 돈이 없어서?
아마 둘 다일 것이다.
정보는 너무 불균형하고, 보통 그런 정보는 돈이 있어야 얻을 수 있거든.

이 영화에서도 유아인을 통해 정보를 얻었던 그 두사람과, 조우진에게 정보를 얻었던 망나니 회장 아들이 사실을 재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단 돈이 없으면 ’중요한’ 정보의 근처까지도 갈 수 없는거다.
그러니까 자꾸 흙수저 얘기가 나오는거겠지..
일종의, 너무나 평균적으로 똑똑해져버린 흙수저들이 자조적으로 얘기하는거다..
우린.. 단군이래의 최대스펙이잖아? ㅋㅋㅋㅋㅋ
근데도 취직 못하는 우리잖아...

경제학적으론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는 영화라고 들었다.
극 중 한시현 (김혜수 분)의 이야기가 터무니 없다는 사람들도 많았고.. 그 대안이면 시간을 더 끌었을거고 그럼 어떻게든 대안을 찾아내서 지금보다 나았을거라는 사람도 있고..
하지만 이 영화의 잘 만든 부분은.. 그 당시 소시민으로서 느끼는 절망감을 얼마나 생생히 표현했는지에 있다고 본다.
뉴스 화면을 도중에 넣어주고 그 당시 생활상을 중간중간 삽입함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그때의 상황을 다시 상기시켜주는 것 말이다.

물론 막판에 김혜수랑 허준호가 알고보니 남매였다는건 뜬금없긴 했다.
보면서.. ‘아.. 또 한국영화가 한국영화 한다... 또 CJ 감성 나왔구나..’ 싶긴 했는데..
뭐 그것만 빼면 나름 괜찮았다.

그리고 이 영화의 큰 장점은, 김혜수라는 여배우를 탑으로 내세워서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는 점,
그리고 막판에 특별출연으로 영화 ‘미쓰백’의 주연인 한지민이 나왔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면서 ‘어? 신기하다’ 했던 부분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나중에 기사로 여러차례 나와서 다시금 놀라웠다 ㅋㅋ

허준호는 영화에서 가장의 연기를 보여주는데.. 연기력은 당연히 말할것도 없이 훌륭하거니와..
영화상에서 의외로 주름을 여실히 표현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보통 배우들은 그런거 잘 안보여주려 하는데.. 물론 어느정도 남배우와 여배우의 차이도 있을수는 있지만..
그래도 연기자로서 자신을 내려놓고 외모까지 그렇게 연기하는게 대단하다 싶었다..

마지막으로 사실.. 유아인의 연기는 너무 과했다 싶은 부분도 있었는데..
보면서.. ‘어.. 베테랑의 조태오 아닌가?’ 싶은 느낌이었다.
약간 자기복제 같은 느낌도 좀 있는거 같고..
근데 유아인이 시나리오 보고 자기가 꼭 하겠다고 했다는데..
왜 하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캐릭터만 보면 그 캐릭터가 가장 입체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이긴 했다.
한탕주의의 캐릭터인데 머리까지 좋아서 결국 성공하고야 마는, 근데 한편으론 죄책감을 느끼지만 그래도 결국 시류에 편승해서 갑부가 되는 캐릭터니까..
머리 좋아, 근데 나름 양심도 있어서 좀 정의로운 모습도 일부 있어... 근데 위선떨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해..
이 얼마나 실제 살아있는 사람 같기도 하면서 자신의 지적 허영심을 채워줄 수 있는 캐릭터인가..
솔직히 나는, 내 개인이 지적허영심이 있는 사람으로서, 왜 유아인이 이 캐릭터를 선택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배우는 그냥 이런 캐릭터를 좋아하는구나 싶은 느낌.
근데 좋아하는것만 계속 하다 보면 결국 그런 이미지로 굳어질 수 밖에 없을텐데..
배우로서는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

그런점에서 나는 김혜수를 참 좋아한다.
여러 영화에서, 그 롤이 크든 작든 상관 없이 자신이 나온 씬에서는 확실히 몰입하게 해주는 배우니까.
어렸을때부터 김혜수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드라마에서 인기가 참 많았던 그녀가, 초창기에 충무로로 가서 영화를 시작했을 때 얼마나 혹평을 받았는지 기억하고 있다.
드라마에 비해 성적이 안나오는 배우라며..
근데 그런 그녀가 분홍신, 타짜 등 여러 영화로 여론을 바꾸고..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다작도 하고.. 한편으론 극중 캐릭터를 위해서 자신의 외모가 망가지는 것도 감안하는 모습이 항상 대단하다 싶다...
이번 영화도 마지막에 20년 뒤의 그녀 모습이 나오는데..
진짜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다.
외모에 상관하지 않고 나이까지 연기할 수 있는 배우라서..

하여간.. 모처럼만에 생각할 수 있는 영화였다.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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