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아침형 인간은 아니다.
그래서 만일 규칙적으로 가야만 하는 특정 집단에 소속되지 않으면 대체적으로는 10시에 일어난다.
회사에 가더라도 7시.
그런 내가 새벽 4,5시에 깨어 있다는 것은.. 뭔가 나에게 있어서 비정상적인 일이 일어난다는 것.

회사에서 2시 전에 서둘러 나와서 집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고속도로에 안개가 자욱해서 나갈 수가 없었다.
1시간 뒤면 괜찮아지겠지..가 3번이나 지나고.. 지금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멍하니 앉아서 해가 뜨길 기다리고 있다.

새벽이란.. 나에게 있어서 삶과 죽음 그 어딘가에 위치한 시간인 것 같다.
이렇게 살아야만하나.. 싶다가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해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다시 살고싶어지고야 마는 것이다.

차가운 겨울밤이 내게 있어서 대학교 2학년 때의 중앙 도서관과 대학교 언어교육원을 왔다갔다하며 다녔던 춥디 추운 거리를 생각나게 하듯,

새벽은 나를, 3년 전, 다친 다리를 이끌며 12월 30일에 고객에 제품을 전달하고.. 절망적인 마음으로 명동성당을 가던 때로 돌려놓고야 만다.
너무 절망적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게 희망이 생기길 간절히 바라던 그 때로.

요즘들어 사는건 참 뻔하다고 생각한다.
돈을 버는건 사실 힘들고 끔찍한걸 견뎌야만 할 뿐이라고, 희망을 갖고 간절히 준비했지만 결국 내가 원했던 업무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절망하며.. 또다시 새로운 일에 적응하느라 하루 24시간이 촉박하기만 한 내게..
더 이상은 어딘가에 있을 좋은 직장 따윈 기대하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쓸쓸한 위로를 하고 있는 요즘이다.
하지만 역시.. 새벽을, 해가 새로이 뜨는 것을 기다리게 되고야 마는 것이다.
아무리 체념하려 해도, 마음 속 한 구석에는 희망을 간절히 기다리고야 만다, 나는.

역시 나는 행복한 인간이고 싶다.
고싶은, 마음이 두근거리는 매일을 살고 싶다.
나에게도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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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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