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결국 퇴사를 당했다.
이번 퇴사는 이사까지 해야만 했다.
고작 3개월 남짓이었는데.
어제 텅 빈 내 방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3개월 전에는 취업이 되어, 그래도 부푼 마음으로 들어왔던 내 자신이 생각났다.

월 200 남짓 받는 돈으로 야근에 주말까지 일했다.
전에 일했던 곳보다 야근은 매일 3,4시간 더 했고, 3개월동안 주말엔 거의 일했다.

‘입사 초반엔 원래 1년 정도는 주말도 없이 출근하는거야.’라고 말씀하신 모 분의 말씀처럼, 지난 3개월 간 그렇게 살았다.
교통사고로 다친 몸까지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헌신했던게 모두 물거품이 됐다.
머리털은 또다시 뭉텅뭉텅 빠지고..
살은 미친듯이 찌고..

그런데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좋았던 것도 있었다.
같이 지낸 사람들과 마셨던 술, 나눴던 이야기, 그 분위기, 받았던 칭찬 등.. 그나마 이런 기억들 덕분에 3개월 간의 타지생활 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근데 그 여행이 꽤 빡세서 그렇지 ㅎ

이번 일을 관두게 되며, 어쩌면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고 생각을 했다.
다만, 그 고통 속에도 좋았던 점은 있기 마련이라고,
그 시기가 끝나고 나면 힘들었던건 희석되고 좋았던 것만 남기 마련이라고,
그래서 사람들은 ‘과거에는 좋았지’ 라는 말을 하는거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회사를 나오며, 나는 더이상 후회를 하진 않았다.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의 최선을 다했다.
이래도 안된거면 그냥 거기까지인거다.

예전의 나는, (사실 지금의 나도 그렇지만) 가진게 별로 없기 때문에 실패하는게 너무 싫었다.
실패했을 때, 그 뒷받침이 없기 때문에, 첫 스타트보다 더 밑바닥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그 막막함이 너무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선택들이 여기까지 왔다.
만약 이게 결론이라면 결국 실패인 셈이다.

빠른 취업을 위해서 학교 다닐때 스펙을 열심히 쌓았지만 바로 취업이 안됐고, 학교 임시직 계약 만료 되기전에 이직해서 새로 시작했던 일은 어찌저찌 6년 일했지만 특수성때문에 다른데서는 인정받지도 못하고..
큰맘먹고 회사를 퇴사해서 1년을 노력해서 드디어 취직하나 했더니.. 아무리 아등바등 했어도 코로나를 비롯한 이유로 인해 3개월 수습에서 짤리고 ㅋ
실패를 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미친듯한 노력도 해왔지만 결국에 문득 나를 보니, 지금의 내 자리는 여기였다.
32살에 백수.

22살의 무기력하고 미래에 불안하기만 했던 김지인은 스스로에게 10년의 시간을 주기로 했다.
1만 시간의 법칙을 믿으며, 1만 시간을 투자하면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는 말을 믿으면서.
이번에는 최선을 다해보자고, 내가 대학 입시에서는 더 좋은 대학을 못갔지만, 앞으로의 남은 인생이라도 어떻게든 노력해서 더 나아져 보겠다고 많은 전력투구를 했다.
하지만 어김없이 현실은, 세상은, 마치 이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나를 자꾸 좌절시켜갔다.

32살의 삶이 이제 8개월 정도도 채 안 남은 지금, 난 또 다른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게 실패라는 결말이 아니라는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다시금 선택하고 노력해야 한다.

너무 막막하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을 옆에서 보면서 마냥 부러워하고, 부럽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의 용기를 마치 무모함이라는 듯이 깔보는 짓 따윈 하진 않겠다.

어차피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나 또한 언젠가 죽는다.
그럼 그 결말이 어떻게 되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도전해볼 생각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단 말이 있다.
근데 살아보니까 노력에 배신을 참으로 많이도 당해봤다.
아무리 퀄리티에 신경쓰고 업무에 전전긍긍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한편으로는 이 문구 자체가 자본가 새끼들이 만든 캐치프레이즈인가.. 라는 합리적 의심마저 들고 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데..

근데 내 인생이니까.

원래 내 특기는 답례받지 못하는 삽질하기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번 삽질은 오롯이 나를 위해서 해볼까 한다.
이번엔 제발 이 말도 안되는 삽질이 성공했으면 좋겠다.

애초에 이 세상에 실패하려고 죽자사자 노력하는 그런 사람은 없으니까.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

어렸을 때 god를 좋아했을 때, ‘길’이란 노래를 들으면서 ‘좋은노래다, 약간 공감이 간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처절하게 공감이 된다.
나는 왜 이 길에 서있는지, 이게 정말 나의 길인지, 이 길의 끝에서 내 꿈은 이뤄질 지 모르지만,
지금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잘 모르지만..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보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고, 친구들과 웃으면서 어울릴 수 있으므로.

나도 이젠, 다른 사람을 상대할 때, 자격지심 없이 원없이 웃어보고 싶다.

내가 가는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로 날 데려가는지 알 수 없지만, 오늘도 묵묵히 걸어가겠다.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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