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일단 좋은 소식은, 엄마가 마침내 수술을 받았고, 패혈증 같은 부작용은 없다는 것이다.
안좋은 소식은, 수술 받은지 거의 3주가 다되어 가는데도 폐활량이 잘 늘지 않는다는 것이다.

12월 한달동안은.. 엄마가 수술 후에 실밥을 풀기까지, 주말에는 공부도 안하고 전전긍긍하면서 기다렸다.
엄마가 괜찮을까 싶어서..

엄마가 수술받는 주에는 평소에 안가던 성당도 자주 가고..
너무 불안해서 엄마의 수술을 일부러 잊으려고 노력했고..

12월 마지막 주에는.. 원래 월말에 업무가 몰리니까.. 몰리는 업무 하고..
업무적으로 트러블 생겨서 결국.. 이 회사도 입사한 지 반년만에 내 본성이 드러나게 됐다.
힘들고 지치면 차마 숨기지 못하고 다 티나는거..

아무리 남들에게 지인씨는 부정적이지 않다고 들으면 무얼 하나.. 결국은 똑같이 돌아갔다.
나는 역시 사람 상대하는게 제일 어려워..

벌써 2022년 1월이 시작됐다.
올해에는 옆에 쌤이 육아휴직 1년을 들어가고..
나는 또 아무것도 모르는 누군가와 같이 일하면서 또 3~6개월을 고생해야 한다.

팀장님은 술자리에서 그런 말을 했다.
지인씨가 들어온 자리가 그런 자리라서.. 자기가 임금을 더 주거나 승진을 시켜줄 수는 없지만.. 지인씨의 일의 그릇이 커질 수 있게 다양한 일을 줄 수는 있어.
우리 팀에서는 인정을 해줄게..
본인의 역량을 본인의 자리에 한정짓지 마.. 라고.

그건.. 어쩌면 인어공주가 되라는 말 아닐까..
‘열심히 하도록 해.. 열심히는 하는데.. 그냥 그림자 속에 있어. 무언가 해낸다고 해도 눈에 띌 순 없고, 물거품이 되도록 해..’ 라는..
승진을 못하고,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는데.. 그릇만 커진다면 어쩌면 본인만 괴로운게 아닐까.
가지지 못하는걸 원하는건.. 본인만 괴롭잖아. 그게 열정페이인거고..

엊그제는 같은 팀의 동갑인 상사가, 회사의 윗분들을 모시고 성공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끝내고 돌아와서, 많은 팀원들의 축하를 받았다.
나는 그놈의 사직 일자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 시달릴동안, 누군가는 한걸음 더 인정 받고 있었다.
물론 그 사람도 그 일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무언가를 열심히 했을 때, 성과를 인정을 받냐 못받냐는 또 다른 문제잖아. ㅎ.

도대체 몇 해를 살아도 이런 짓을 반복해야 하는건지..
이젠 좀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다.

하.. 나도 시험 준비해야 하는데..
정규직이 아니라서 너무 서럽고 또 서럽다.
회사생활은 사실 일보다는 사람이 좋으면 더 잘 다닐 수 있다는건 알지만.. 사람이 좋아서 계속 머물다가.. 사람 물갈이되면서 6년다닌 곳에서 쫓겨나듯 나온 적이 있어서..
그리고 이제는 사람이 좋은 거인지도 잘 모르겠다.. ㅎ
반년 지나니까 슬슬 장단점이 보이고 있어서..

어차피 시험은 올해까지만 준비할거야..
더 이상 토익 900점 넘기려고 공부하는 것도 너무 힘들어..
사람들 사이에서 시달리고.. 월말이라 일 더하는 와중에 공부해야 하다니..
남들은 쉽게 따는 전산회계 1급도.. 지난 반년동안 NCS랑 내 전공도 아니었던 다른 전공시험 준비랑 병행하느라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결국 따지도 못했는데..


내 취미이자 꿈이었던.. 외국어 공부를 못한게 벌써 2년이 다 되어간다..
현실에 치이느라, 다른 자격증을 준비하느라, NCS도 준비하고.. 앞으로 또 다른 전공시험을 준비하려면..
이렇게 벅차고 힘든 인생을 언제까지 버텨야 할까..
버틴다고.. 달라지긴 할까..

아냐, 실패해도 의미는 있어. 그 자체로도..
외국어도.. 다시 하면 되지..

지금 내 버킷리스트는.. 35살 1월 첫째주에 나 혼자 근사한 호텔을 잡아서 호캉스를 하는 것이다.
34살까지 준비해보고.. 안되면.. 이제는 그만 해야지..
10년 넘게 결국 내가 원하던 큰 성과에 도달하지 못한 채로 계속 무언가를 하는거.. 이젠 너무 힘들고 지친다..

31살의 나도, 일도, 사랑도, 건강도, 가족의 건강도… 다 힘들었는데..
34살을 시작하는 지금의 나는.. 역시 일도 약올리듯 더 받기만 하고, 발목 인대는 3년이 지나도 이젠 더이상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고, 가족의 건강은 여전히 안좋고, 사랑은.. 뭐 말할것도 없고..
여전히 엉망진창이다.

그래서 34살까지 열심히 해보고, 더 이상 안되면.. 이제는 현실에 순응해서, 더이상 열심히 하지도 않고, 그냥 퍼져서 살아보려고..
나는 이제 너무 지쳤어..
내 기대를 충족시키려 하는 것도, 다른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는 것도..


다음 생애에는 어딘가의 집시처럼, 감히 남의 인생도, 내 인생도 책임지려 하지 않고,
내가 내키는대로 술먹고 노래하고 춤추고, 여행다니면서 즐겁게 살다가 어느 날 죽어버리고 싶다.

어쨌든, 2022년 1년의 목표는.. 일도 잘 하면서, 올해를 마지막으로 젊은 시절에 했던 모든 공부를 끝내는 거..
좋은데 취직하려고 4년동안 아싸로 지내면서 그토록 아등바등했던 대학생때의 김지인이 너무 불쌍하고..
외국어 쓰려는 일을 하려고 10년동안 외국경험 하나 없어도, 영어, 일어 공부하면서.. 각종 매체 셰도잉하고.. 외국인 친구한테 한국어 가르치고.. 타지에서 외국어도 배워보고.. 외국 팟캐스트도 듣고..
그렇게 설레여했던 김지인이 너무 안쓰럽고..
이번엔 진짜 꿈을 쫓아보겠다고 몇년동안 다닌 직장 때려쳤던 김지인이 너무 대견해서..
그래서 이젠.. 올해까지만 하고 그만하려 한다..

실패를 해도 그것도 인생이니까 받아들일 수 있을거고..
성공을 하면 당연히 좋은거니까.. 새로운 곳에서 다시 새로운 시작을 하면 돼..


이러면.. 남들처럼 연애하고 결혼하는건 이제 포기해야겠지만..
설령 그런다 한들.. 이젠 상관 없어.
어차피 35살이 시작되면.. 이때까지 해온 것들 때문에 너무나 지쳐서.. 그런게 눈에 보일리가 없다..
스스로나 잘 다독이며 살아가야지..

올해엔 어떻게든 끝장을 보자.
그 끝이 설령 낭떠러지더라도, 나는 결말을 봐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
이건 내 인생이니까.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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