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주 일요일에는 내가 작년과 재작년에 그토록 가고 싶었던 회사의 필기시험을 보러 갔다.
이번에는 어떻게 서류에 붙게 되었다.
토익 900을 넘었던게 효과가 있었을까.. 아니면 한국사가 도움이 됐던걸까..
어쨌든 서류를 붙어서 필기시험을 보게 됐다는 데에 의의를 두었다.
시험 장소는 2년 전과 같은 학교.

2년 전에 비해서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게 조금은 어색했다.
2년 전에는 많은 직원들이 나와서 시험 잘보라고 수험생에게 음료와 응원을 해줬었는데..
이번에는 여타 다른 회사들과 비슷하게, 문진표 제출하고 시험보러 올라갔다.

인성검사를 풀고, 2년만에 이 회사 NCS를 다시 접하게 되었다.
재작년에는 여기서 떨어져서 다른 문제를 보기도 전에 폐기처분 당했지.. 이번엔 잘하자..
라고 생각하고 페이지를 넘기면서..
‘아, 망했다.’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NCS책을 PSAT용으로 6권을 풀었어도.. 역시 답이 안나오는 문제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문제들이 많았다.
한 절반정도 풀고 있는데 5분 남았다고 해서.. 나머지는 그냥 다 찍었다.

다음은 상식,전공 문제였는데..
재작년에는 국립도서관에 있었던 그 회사의 1년치 사보를 보면서 준비하느라 비교적 쉬웠던거 같았는데..
올해는 미처 준비하질 못해서.. 문제지를 보는데 잘 모르겠는 문제들이 좀 나왔다.
한 5문제 정도였던거 같은데.. 5문제면 누군가는 붙고 누군가는 떨어질 정도겠지..
다른 수험생들도 다 풀고 엎드려 있는걸 봐서는.. 진짜 누가 더 아냐 모르냐의 싸움이 될 거 같았다.

마지막으로 논술문제를 보게 되었는데..
의외로 진짜 무역 문제가 나오는구나.. 싶어서 놀랐다.
기존에는 이런 문제가 안나왔던거 같은데.. 싶었는데 조금 의외였다.
올해는 KREI 보고서도 너무 급하게 보느라..
막판까지도 프린트 한거 보고 또 보느라..
문제를 본 순간, 농업관련 이슈로 쓸까.. 무역 관련 이슈로 쓸까.. 조금 고민했는데..
경제신문을 챙겨봤던게 올해 3월정도까지였어서..
그냥 막판까지도 봤던 KREI 보고서를 바탕으로 농업관련 이슈로 논술을 썼다.

그래도.. 지난 2년동안 이 회사 준비한다고 2,3달 정도 KREI 보고서들이랑 농민신문을 몇백 페이지 가량 봤던 짬이 있어서인지..
2년 전보다는 확실히 논술에서 쓸 말이 더 많았다.
재작년엔 내가 글을 쓰면서도 ‘이게 말이 되나?’ 싶어서 계속 글이 딱 떨어지지 않고 중언부언만 반복하고 시간이 부족했었는데..
이번엔 내가 글을 쓰면서도 ‘어쩌면 이게 말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시간 내에 했다, 라는 느낌이었다.


시험이 끝난 뒤에는 5시가 좀 안되어서..
오랜만에 간 김에 명동에 들러서 명동 성당에 갔다.

3,4년 전에 새벽 6시에 명동성당에 갔던 길은, 조금 많이 무섭고 쓸쓸했다면,
이번에 간 명동성당은, 사람도 북적북적하고 사진을 찍으려던 한국인 커플들도 많았고..
왠지 따스하고 반짝반짝한 느낌이었다.

이번에 미사를 참석하면서..
그래도 드문드문 유튜브로 매일미사 프로그램을 봤던게 도움이 됐구나.. 싶었던게..
예전에는 기도문을 따라할 때, 뭔가 남들이 하는 말을 잘 못알아 들어서.. 기도문 중에 알아듣는 말만 조금 따라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그 때보다는 조금 더 따라할 수 있었다.
조금은 기뻤다.
미사를 참석한 이유는.. 뭐.. 이 회사에 붙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러 간거는 아니고..
내가 인생에서 힘들었던 시기에, 처음 명동성당을 갔던 어느 날,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평화를 빕니다’라고 인사했던 기억이 너무 좋았어서..

이번에도 어색하게 신도들 사이에서 ‘평화를 빕니다’라고 인사를 하는데..
조금은 더 감사했다.


간만에 주말에 공부를 하지 않고 어딘가를 돌아다닌다는게 너무 좋았다.
비록 몇 년만에 다시 간 명동은, 예전보다는 외국인 관광객이 없고..
한국인만 길거리에 드문드문 있고..
지나가면서 몇몇 식당과 카페들이 ‘일요일 저녁 8시인데 문을 닫았네.’라고 할 정도로 문을 닫기도 했고..
많은 길거리 음식들이 사라졌고..
대신에 오징어 게임의 인기로 인해서 달고나를 1개당 1,000원에 파는 노점이 좀 생겼지만.. (…서울물가 개비싸다..)
그래도.. 이런 명동을 보는 것도 지금 한 철이리라..
미래에는 또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외국인으로 북적이겠지.

예전에는 특정 장소에 가면 항상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시기에, 그 장소가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이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공간이라도 ‘언제’ 가냐에 따라서 풍경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단순히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바뀐거든..
아니면 사회문화적인 이슈로 인해서 바뀐거든..
아니면 원치 않았던 코로나 같은 팬데믹 같은 이슈로 바뀐거든..

하지만 누군가한테는 생계이고, 실례될 수 있는 말일 수도 있으니..
여기서 그만 말을 줄일까 한다.


앞으로 12시간 내외로 이 때 본 시험의 결과가 나온다.
페이는 많이 적어도, 그래도 꼴에 직장이 있다고.. 굉장히 낙담하던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에는 그냥.. 조금은 더 무덤덤한 느낌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마냥 천국은 아니고.. 괴로운 점도 분명 있지만..
그래도 같이 다니는 사람 자체는 조금 좋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어서 그런가..

그래도 제일 첫직장 때 으쌰으쌰했던 동료들이 제일 그립다.
이제는 그 팀도 없고.. 다들 뿔뿔이 흩어졌으니까 돌아갈 수는 없고..
내가 알던 그 회사는 이젠 이 세상에 없으니..
내가 그리워하는 건 실체가 없는 것 뿐인지라..
그리움은 그리움으로만 남겨두기로 했다.

살아남으려면 어떤 식으로든 계속 변해야 하니까..

내년 이맘 때쯤엔 나는 어디서 무얼 하게 될까..
또 앞으로 1년을 어떻게 지내야 할까..

하긴, 당장 12시간 내외의 미래도 모르는데..
어떻게 1년 뒤를 알 수 있겠어 ㅋㅋ
내가 지금 할 수 있는건.. 목표를 세우는 것과 행동하고 분석해서 개선해야 하는 것 밖에는 없다.
미래를 모르는 한낱 인간일 뿐인지라.. ㅎ

몰라.. 이래놓고 이따가 결과 또 탈락 나오면 격분해서 블로그에 글 쓸 수도 있지 ㅋㅋㅋㅋ
다음에 또 두고 봅시당.
일단은.. 또 이번주를 시작해야 하니까.. 여기서 이만 총총총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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