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합격선에서 약 1.5점 내외의 차이로 필기에서 떨어졌다.
사실 필기시험 결과에는 최종 합격자 컷트라인만 나오고 내가 실제로 몇 점을 받았는지는 나오진 않았지만..
나는 NCS 책 몇권 풀면서 가중산술평균에 굉장히 익숙해져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ㅎ
그런거는 계산해보면 대략적으로는 알 수 있다.
점수를 보아하니..
NCS는 2년 전보다는 6문제 정도 더 맞았다.
60개 문항 중에 40개 언저리는 맞았으니..
내가 이 때까지 NCS용 PSAT 문제집을 6권을 풀었는데..
1권 당 1.67점씩인가.. 싶어서 조금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
그래도.. 작년에 NCS 공부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가 이걸 한다고 뭐가 달라질까’라고 생각했었는데..
PSAT 수준으로 나온 문항에도.. 어쨌든 예전보다 더 많이 맞는걸 보면서..
조금의 위안은 됐다..

상식,전공은 예상대로 진짜 딱 5개 틀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모르겠는건 아예 모르겠더라니..
회사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안찾아보고가 이렇게나 차이가 크다고? 라며 혼자서 새삼 놀라워했다.. ㅋㅋ ㅠㅠㅠㅠ

논술은.. 생각보다는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근데.. 사실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번에는 시험 막판에 부랴부랴 준비한거 치고 잘나온거기도 했다. 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
그래도 나름 농업에 관해서는 2년동안 비벼본 짬바가 있다고 생각했는디..
결국은 안되브렀구먼.. ㅎ ㅠㅠㅠㅠㅠㅠ


여튼 그래서 합격선에 1.5점 부족한 점수로 탈락했습니다.

왠지 불합격하면 또 우울할거 같아서.. 어제는 내가 갖고 있던 옷 중에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입고 회사를 갔다.
6시가 넘어서도 결과가 안나오길래.. 2년 전처럼 저녁 8시에 결과가 나오나.. 싶었는데..
6시 10분이 되어서야 결과가 나왔다.

뭐.. 그치만 사실 아무리 혼자 계산을 하고 쌩쇼를 해도 불합격인 사실은 변함이 없다. ㅎ
그치만 2년 전에는 NCS에서 떨어져서 모든 상식, 전공 시험 점수가 채점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폐기처분 됐었는데..
이번에는 결과가 나와줘서 감사했다.
무언가.. 조금은 더 납득할 수 있었다.
일단 올해는 이거면 됐다.
시험도 쳤고, 어쨌든 결과도 나왔으니..
갑자기 이 시험 준비한다고 그 전날로 예정되어 있던 가족여행 싹다 취소하고 본 시험이긴 하지만.. 암튼.. 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



그 결과를 보고 어제는 회사에 남아서 잔업을 했다.
월말이라 마감해야 하는 업무가 있어서…
외부에서 업무를 끝낸 과장님이 저녁에 돌아왔다.
나한테 여러가지 조언을 해줬다.

그 중 하나는.. 자기 전에 오늘 있었던 일 중에 행복한 일을 하나 생각하고 자라는거..
매일 매일의 사소한 행복이 쌓이고 쌓여서, 본인의 자존감이 되는 거라고 했다.
자존감이 곧 행복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내가 지난 10년동안 몸으로 부딫히며 간신히 막연하게나마 느끼기 시작한걸.. 이렇게 명쾌한 말로 듣자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심리상담사의 칭찬,감사 일기 이야기와 결이 비슷한 말씀을 하시길래.. 역시 기분이 이상했다.
그냥.. 조금은 많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나한테 그러셨다.
긍정적으로 살라고.

그래서 내가 웃으면서 ‘제가 혹시 부정적으로 보이셔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거냐 ㅎㅎ’라고 물었더니..
지인씨 부정적으로 안보인다고..
지인씨는 본인이 내성적이고 부정적이라고 말은 하지만..
옆에서 지인씨를 봤을 때 충분히 사람들과 친화력 있게 지내고 있고 부정적이지 않다고..
‘자네, 꽤 괜찮은 사람이야.’ 라고.

그치만 긍정적으로 살라고 말하는건..
지인씨가 오늘을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라고..
아무리 현실이 힘들 때가 오더라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으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문득문득 지인씨가 지난 회사생활에서 힘들었다는걸 얘기하길래 말해봤다고..
오늘 하루에 딱 1가지 감사한걸 생각하며 잠들면, 조금 더 기분이 나아질거고..
앞으로 3년, 5년 후의 내 미래를 그리면서.. 그 사이사이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지 않더라도.. 조금은 캐쥬얼하게 희망을 품고 살면 행복해질거라 해주셨다.
조금은 허황되어보이는 미래라 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그린 그 3년, 5년 후의 미래가 꼭 그 모습 그대로 실현되지는 않더라도..
결국 꿈을 마음 속에 그리면 어느 순간 닮아간다고..
그렇게 마음에 희망을 품고 사는 방법을 알려주셨다.

그 얘기를 듣고.. ‘뭐지.. 프랭클린 다이어리에 있는 말이랑 비슷한데..’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ㅋㅋ
역시.. 사회적으로 어느정도 성공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비슷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건가? 라는 생각도 잠깐 들었고..
덧붙여 과장님은, 사람은 사람인지라,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게 더 쉽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인 생각을 하는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될거라는 말을 해주셨다.

기분이 좀 많이 이상했다.

똑같은 ‘긍정적으로 살아’라는 말에도,
누군가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방법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힐난하듯 말하는 사람이 있다.
작년 상반기의 나는, 왜 너는 긍정적으로 살지 못하냐라며, 나를 힐난하기만 하는 사람들 한 가운데서 매일 힘들었었는데..

오정세 배우가 동백꽃 필 무렵에서 조연으로 출연해서 상을 받았을 때,
이런 말을 했다고 했다.
자신은 몇 백편의 작품을 하면서 매 순간을 열심히 작업했다고..
그 중에는 잘 안된 작품도 있었고.. 잘 된 작품도 있었다고..
그치만 그 작품 중에 자신이 열심히 하지 않은 건 없고, 본연의 모습으로 매 순간 열심히 했다고.
제가 동백꽃 필 무렵이란 작품으로 결국 상을 받았듯이, 시청자 여러분에도 여러분만의 동백꽃이 언젠간 필거라고..

나는 예전에도 김지인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김지인인데..
똑같은 김지인일 뿐인데 누군가에겐 배척당해도 누군가에겐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한다는게 조금은 이상했고, 사실 많이 감사했다.

나는 한 평생 스스로가 부족하다고, 더 갈고 닦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이대로의 나도 충분히 괜찮은 자질을 갖고 있다고..
그 좋은 자질로 앞으로 희망을 품고 더 살아보자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그러니, 앞으로는 조금 남들한테 안좋은 소리를 듣더라도 그냥 흘려보내야지..
나는 좋은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이상으로 오늘의 행복 한 조각이자 감사일기였습니당.


- 인생은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것 투성이라 생각한다.
작년의 나는, 같은 회사에 탈락했을 때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언제까지고 기약 없는 이 짓을 반복해야.. 취직을 하고.. 남들처럼 가정을 꾸린다는 그 ‘보편적이지만 행복해진다는’ 기준에 가까워질 수는 있을지.. 많은 낙담을 했었다.

어제의 나는, 또 같은 회사에 탈락했지만, 그래도 결과가 눈에 보인다는 것에 감사했고.. 과장님의 조언에 더 감사했고..
뭐 사실 좋은 말씀해주셔도.. 그 한 켠에는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일 잘해라 노예야 ㅋㅋ’ 이런 맥락도 아예 없진 않을건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에도 부하 직원에 구체적인 방법을 어느 정도 제시해주고 ‘네 길을 찾아라’라고 해주는 상사는, 내 경험 상 의외로 사회에 별로 없다.
다들 던지고 알아서 해주기만 바라고 내 결과가 그들의 기대치에 못미치면 화내는 사람들이 많았지..

어쨌든.. ‘자네, 꽤 괜찮은 사람이야.’ 라는 말은 조금 오래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다.

참.. 인생은 아이러니하다. 단짠단짠이네.. ㅎ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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