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들어간 회사는.. 드디어 100일이 넘어갔다.
이번에도 혹시 짤리는게 아닌가 싶었지만.. 다행이도 짤리진 않았고.. 계속 하게 됐다.
하지만.. 처음에 칼퇴했던게 무색하리만큼.. 또다시 야근 야근 야근.. 나만 야근..

이제는 내가 야근을 버는 타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는.. 야근을 해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승진을 할 수도 없는 곳..
의미 없다는거 아는데도.. 일이 눈에 보이면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고.. 잔실수 없이 잘해서 남들에게 안좋은 소리 듣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너무 커서.. 스스로를 괴롭힌다.

그래도 아직 1인의 역할을 하는건지는 불분명해서..
일을 할 때 자꾸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건.. 팀원들이나 팀장급이 안좋으면.. 이번엔 길게 끌지 말고 다시 관두려고 했는데.. 그러지는 않아서 다행이다.

내 상사는 나보고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잘 다독여주라고 했다. 잔실수 조금 해도 괜찮다고..
물론 원래부터 사무직이었던 내 입장에서는, ‘저건 잔실수가 아닌데요.. 돈 관련된건 욕먹기 딱 좋은데요..’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래도 꿀꺽 삼켰다.
되게 모처럼만에 듣는 감사한 칭찬이었으니까..

작년 초에 이직했을 때, 쥐뿔 아무것도 모르는데 나 혼자 다 책임져야하고.. 맨날 야근하고 주말출근하고..
한번에 왕창 일 알려주는 바람에 일부 업무 프로세스를 누락시켜서 인수인계 해주고나서는..
그마저도 현재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일들을 잔뜩 넘겨준 바람에 매일같이 울면서 허우적거리는 나한테..
회사 전체가 한마음 한뜻으로 ‘쟤 스펙 좋아서 뽑아 놨더니 상태 왜 저래?’라고 면전에다 대놓고 말하는걸 경험해서 그런가..

일을 잘하고 있다는 말이 도저히 적응이 안된다.
그치만 진심으로 감사했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또 있구나..

근데.. 그래도 힘들긴 힘들다..
결국 첫 연차를 입사한지 100일만에 이번주에 써버렸다.
공원에서 경치 보면서 멍때리고 있는데.. 진심으로 너무 행복했다.
그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도 결국 사람에 시달리는 일을 하는거니까..
차이가 있다면… 예전에는 얼굴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거고.. 이제는 얼굴도 이름도 다 아는 특정인원을 상대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심기를 거스르진 않을까 항상 살얼음판을 딛는 느낌이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느낌이라 외로웠다.
이제 더는.. 나에게 있어서 예전의 서로에게 으쌰으쌰하는 회사와 팀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왜 뿔뿔이 흩어진 예전 우리팀 동료들이.. 막상 이직하니까 이질감에 힘들어하는지.. 요즘 온 몸으로 부딫혀가며 절실히 깨닫는 중이다.
너무 외롭다..

여러가지 긍정적인 마음과 부정적인 마음이 소용돌이처럼 휘몰아치는 요즘이다..
그나마 다행인건.. 이제는 조금의 감사함이라도 겪을 수 있다는거. 그게 다 어디냐..
나는.. 작은 감사함같은 것조차 무척 그리웠나보다.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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