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2019년 5월의 내 달력..


사실은 1년 내내 있었던 일들을 달력에 기록했지만..
개인적인 일들도 기록했던터라.. 공개적으로 올릴수는 없고..
그냥.. 시험 직전의 5월 달력 사진만 올렸다.


엊그제는 간만에 책상 정리를 했다.
공부를 해야 하는데.. 책상에 무언가 물건이 너무 많아서.. 집중이 잘 안됐다.
하다보니까.. 2019년에 내가 썼던 달력이 나왔다.
‘미래가 불안하고 괴로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추억인 부분도 있었지..’라며 아주 살짝 웃었던 것 같다.

오늘은 간만에 칼퇴를 했다.
오랜만에 하는 진짜 칼퇴.
최근 한 달 반동안.. 잠은 잠대로 못자고.. 야근하거나 시험준비를 하는 통에.. 신경이 너무 예민해져 있었다.
어느 순간 또.. 집에 가고싶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고..
가끔은 또 죽고싶어졌고..
34살인데 적은 월급이 들어온걸 보고는 한숨만 쉬는 나날이 이어졌다.

하지만.. 오늘 칼퇴하고 저녁 7시부터 침대 속에 누워있으니..
이제는 죽고싶다는 생각을 좀..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사는게 힘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삶은 늘 힘들고, 나한테 도전이었다.

그리고.. 비록 내가 거창하게 무언가를 도전하는 성격의 사람은 아니었지만..
하고싶은게 있었고.. 그걸 위해서 꾸준히 해봤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써..

삶이 어떤 방식으로든.. 행동을 하면 바뀐다는걸 알았다.
외국어를 한마디도 못하고.. 해외경험도 없지만.. 결국 영어랑 일어를 하게 되어서 레쥬메,커버레터를 쓰거나.. 일어로 된 이력서, 자소서를 쓰기도 하고..
내성적인 내가.. 영어라는 관심사로 모르는 사람들과 술을 먹으면서 친해져보기도 하고..
전공도 아니었던 무역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결국 이번엔 취득에 또 실패했지만.. 전산회계 따려고 회계 공부도 좀 해보고..
원하는 공기업 가보고 싶다고 미시, 거시 경제도 해보고.. 비록 찰나였지만 그 경험은.. 경제 신문을 볼 때.. 조금씩 이해가 되는 데에 도움을 주는 경험도 했다..
진짜 나는 내성적이고 말 수가 적었는데.. CS만 6년을 하기도 하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사는게 힘들었고.. 항상 절박했는데..
그래도 발버둥을 치니까 무언가 조금씩 변하기는 했다.
그치만 결국 원했던 공기업 정규직 취업까진 아직 가보진 못했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요즘 표현으론 인생은 단짠단짠이 아닐까 한다.
어차피 나는 내일도 또 절박하게 살건데..
어차피 내일도, 모레도, 글피도, 앞으로도 계속 그럴거면 죽고싶다는 생각은 그만하기로 했다.
삶은 변한다.
비록 내가 원하던 모습으로 항상 변하는 건 아니고.. 내 계획보다 더 늦어지기도 하고.. 내가 원했던 그 모습으로 꼭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 변하고는 있다.

그래서.. 죽고싶다는 생각은 이제 좀 그만 하기로 했다.
30년 가까이 했으면 이젠 됐어. 변해야지.

그치만 나는 내일 또 상처를 받을거다.
모레도, 글피도, 앞으로도 계속.
하지만 나는 바뀔거다.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그래서 결론은
나는 다 이길거야. 행복도, 불행도..
나는 사실 행복과 불행을 다 이길 수 있을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2019년의 나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절망적이었고, 몸이 아팠고, 절박했고..
많은 자격증을 반년동안 땄는데도 백수였고,
영어회화를 왠만한 다른 사람들 수준으로 유창하게 할 수 있다는 걸 결국 알게됐지만 여전히 백수였고..
참 괴로웠는데..
얼마 전, 2019년의 달력을 다시 찬찬히 보니.. 그 때의 내가 애틋했다.

그래서.. 미래의 내가 보면.. 나는 또 애틋할 것이다.
나는 또.. 남들보다는 한참 늦은 청춘을 계속 살고 있다.

에일리가 SNS에 올렸다는 글처럼, 나도 사람들은 저마다의 시차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직장, 정규직에 다니며.. 결혼하고 아이를 놓은.. 내 비슷한 나이 또래의 누군가는..
화창한 날씨의 캘리포니아 오후 2시 반을 살고 있겠지.. 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눈보라가 조금은 약해진.. 툰드라의 새벽 2시 반에서 3시를 살고 있다.

어차피 기왕 늦은거.. 1년 더 늦나, 2년 더 늦나 상관 없다..
지금은 그저.. 눈이 멎고 언젠가 동이 트길 바랄 뿐..
그걸 위해서 오늘 조금이라도 더 나아가는 방법밖에는 없다.
눈보라를 그치게 하는 것도, 새벽이 오게 하는 것도, 결국 나만이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만 죽고싶어하기로 했다.
나는 꼭 떠오르는 해를 봐야만 하겠다.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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