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후임의 출근

이번 달에는, 기존의 나와 같이 일했던 선임이 육아휴직을 들어가고, 새로운 계약직 후임이 들어왔다.

그래서 3월 초에는 무지하게 바빴다.

3월 둘째 주 토요일에는 모 공기업의 필기시험이 예정되어 있었고..
나는 행정 전공자가 아닌데도 행정과 NCS를 봐야 했으니까..

그러는 한편, 새로운 후임에게 업무를 알려주느라 애를 먹었다.
기존의 선임이 갑작스레 코로나 양성이 떠서 한동안 출근을 못했기 때문에..

그래서 업무를 봐주고.. 원래 선임의 업무를 하면서도.. 행정 공부를 하는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나보다 7살은 어리지만.. 꽤 참한 친구가 들어왔다.
아직 같이 지낸 지 한 달도 채 안됐지만, 성실하게 업무를 하려고 하는 자세가 되어있는 친구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얼마 전 화이트데이 때는.. 내가 카카오프렌즈 춘식이를 좋아하는 걸 알고.. 춘식이 쿠키를 사다 줬다.. ㅎㅎ

먹을걸 주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다 ㅎㅎㅎㅎㅎ




2. 3월 둘째 주의 시험은 결국 보지 못했다.

시험을 보지 못한 것 자체는 사실 안 좋은 일이다.
지난번에도 한번 보러 갔던 곳이었고..
지난번에도 카카오톡 알림톡으로 잘 받고 잘 갔던 터라, 알림톡만 믿었던 것이 패착의 원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입실 시간에 5분 늦어서 결국 입실을 못했다.
지난번에는 알림톡에 입실시간과 시험시간이 같이 나왔었는데.. 이번엔 시험시간만 쓰여 있었고..
홈피에서 입실시간을 따로 봤어야 했는데..
나는 그걸 확인을 못했고..
제 아무리 3.1절, 대통령선거일, 야근 등을 하면서 열심히 행정 공부를 해도.. 결국 입실을 못하면 끝이니까 ㅋㅋㅋㅋㅋㅋㅋ
결론은 그래서 망해따…🌟


시험은 한 대학 부지 내에서 치뤄졌는데, 오랜만에 그 학교의 중앙도서관의 리모델링 공사가 끝난걸 알게 되었다.

학교에 다닐 때 한 겨울날을 포맨의 baby baby나, 샤이니의 JoJo를 들으며 거닐었던 곳이었다.
18년도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중간,기말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 끼어서 자격증을 공부하던 곳이었고..

간만에 갔던 도서관은.. 내가 알던 매점은 사라져 있었고..
열람실은 배치 자체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리모델링 됐고..
한편으론 좀 서운한 감정도 느껴졌다. 지하를 내려가니, 요즘 분위기로 달라진 광경이 펼쳐졌다. 요즘 학생들은 이렇게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하는구나.. 새삼 조금 많이 부러워졌다.

그 곳에서 그냥 거대한 책장에 디스플레이로 꽂혀진 폐기도서 한 부를 집어들었는데, 제목이 태평양 전쟁 하의 조선이란 책이었다.


내용은.. 1942년 당시의 일제강점기 하의 조선에 대한 회계처리 내역과, 그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저자는.. 조선의 회계에 관해서는 우리나라나, 북한에는 자료가 있지만.. 일본에는 사료가 남은게 없어서 연구자료로 제작했다고 했다.
읽어보면 참.. 열받는 내용이 종종 나왔다. 5년동안 조선에서 세금을 종전의 몇십 배나 걷었는지 나오게되고..
조선은 상공업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마치 본인들이 식산흥업 등을 통해서 도움을 줬다는 식의 내용이 나오기도..
대놓고 황국신민의 일원으로서 내선일체를 위해서 세금을 점차 증세하여 대일본제국에 기여한다고 적은 구절도 있었고..

해당 내용을 일어 원문으로 보니.. 학교 근현대사 시간에서 배웠을 때와는 또 다른 분노가 올라왔다.

그리고 당시의 회계 장부도 나왔는데..
이거는 내가 회계 전공이 아니라서 이해가 잘 안됐고..
물론 난 일어 전공도 아닌지라.. 대략적으로 이 정도까지만 이해했는데도 진심으로 너무 화가 났다.

비록 내가 일어를 이런 이유로 공부했던건 아니었는데.. 가끔 일제강점기 자료(?) 등을 보면.. 읽어보면서 깜짝깜짝 놀라는게 생긴다.

대전 옛 충남도청에 가면.. 대전 역사에 관한 사료를 전시한 곳이 있는데..
거기에는 사실.. 한글로 적어놓진 않았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대전에 신사를 지어놨던게 사진 자료로도 남아있다..

소제동에 있던 연못을 메꾸고 그 위에 대전신사를 지었다는거 같던데.. 너무 오래되어서 위치까진 정확하겐 기억은 안나지만..
여튼 신사 사진 밑에 뻔하게 ‘대전신사’라고 일어로 적혀있고..
그 때도 그거 보면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는데..
또.. 몇년 전에 이중섭 미술전에 갔을 때는..
이중섭 화백이 자신의 일본인 와이프와 두 아들들에게 쓴 편지가 있었는데..
편지 번역본에는 두 아들 이름이 한국식 이름으로 적혀 있지만.. 사실 편지 원문에는 두 아들을 일본식 이름으로 불렀다는 것도 읽을 수 있었고..
아이들도 같이 읽으라고 편지의 대부분을 한자없이 히라가나로 썼다던가..
그래도 아내분이 한국어를 좀 했었던지.. 편지지 테두리를 ‘뽀뽀’라는 글자 (한국어인 ‘뽀뽀’라는 글자를 발음 그대로 카타카나로 썼다) 로 도배하다시피 한 부분에서 이중섭 화백의 사랑을 더 깊이있게 느끼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것들을 일어원문으로 읽으면서 느끼는 건..
그 나라 언어를 알면.. 번역본을 읽을 때보다 원문을 통해서 그 감정을 더 크게 느낄 수 있다는거..
그래서 좀 더 일찍 학부 1,2학년 때부터 외국어를 빨리 배우려고 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냥.. 어차피 난 외국어 잘 못할거라고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할걸.. 이란 후회도 좀 들고..
여튼.. 이번에 저 일어 원문으로 된 책을 봐서 진심으로 개빡치기도 했는데..
간만에 외국어를 안쓰는 일이나 외국어와 상관 없는 공부와는 벗어나서, 외국어 원문을 읽으니.. 조금 기분이 환기되기도 했다.
근데 그래도 역사적으로 빡치는건 빡치는거다.




3. 회사와 같은 지역의 임대주택의 당첨

지금은 회사와 집이 편도 1시간 거리이다. 자가용으로..
나는 원래 행동이 좀 굼뜨는지라.. 아침에 씻고 화장하고 옷입고 나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
출근 시간에 맞춰 나가려면 새벽 6시 전후로는 일어나야 지각을 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3월부터는 개학들을 많이 했는지.. 기존의 경로로는 출근 1시간이 지났는데도 몇번 지각을 해서..
과장님의 추천을 받아서 아예 경로를 바꿔서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작년 12월에 신청했던 임대주택의 당첨 사실을 얼마 전에 알았다.
지난 주에 집을 둘러보고.. 어제는 동생의 서울집에 가서 동생네 짐을 열심히 포장했다.
그 짐들은 대부분 내 새 집 (이라고 쓰고 LH 혹은 정부의 집)으로 옮겨질 터였다.
꽉 찼던 동생의 물건들이, 5,6개의 박스에 들어가면서 점점 방이 텅 비는걸 보니.. 내가 다 서운해졌다.
동생과 엄마는 멀쩡하다는데.. 왜 나만 서운할까..
역시 동생은 이과.. 나는 문과.. ㅋㅋ

여튼.. 기분이 좀 이상했다.
그리고 작고 소중한 내 월급으로.. 과연 독립이 가능할까.. 걱정은 된다.
혹여 앞으로 마이너스 인생을 사는건 아닌가 싶기도 해서 조금 불안하긴 한데..
그래도 새 집의 뷰가 좋아서 조금은 기대되기도 한다. 한편으론.. 기준만 충족하면 여기에 최장 30년까지 살 수 있는데.. 혹시 앞으로도 그 기준에 충족되어서 그렇게 살면 어쩌지.. 라는 걱정도 드는데.. 어떻게든 바꿔봐야지.




4. 새로운 폰으로 갈아탐

이번주 화요일에 갑자기 오랜 친구가 찾아왔다. 오랜 친구였지만 내 잘못으로 인해 한동안 연락이 끊긴 친구였다.
처음에는 그냥 방문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내 액정이 깨진 아이폰 10을 참고 참다가 바꿔주러 오려고 겸사겸사 온 것이었다.

그 친구와 둔산동을 돌면서..
나 혼자서 에전에 비해서 둔산동도 많이 바뀌었다고.. 신기해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서운해하기도 했다.
예전에 갔던 뉴욕뉴욕이란 파스타 집은 사라지고.. 그 자리엔 롤링파스타가 생겼다.
예전에 갔던 맥도날드는 사라지고.. 그 자리에 프리스비가 생기고..
공차는 그 자리 그대로였지만.. 모든 주문은 키오스크가 받고 있었다. 이렇게 회사에서 조퇴를 내고 그 친구와 밥을 먹고 카페를 갔는데..
카페에서 그 친구가 갑자기 아이폰 13을 꺼내며, 스타라이트와 핑크 색상 중에 고르라며 선택권을 줬다.


나는 핑크를 선택했다. 이뻤다 ㅎ.
하지만.. 이렇게 덥썩 핸드폰을 공짜로 선물을 받기는 왠지 마음이 안좋아서..
적은 돈이지만 약간의 성의표시를 했다.

친구 덕분에 4,5년된 액정 깨진 아이폰 10 대신에 아이폰 13을 받게 되었다.
속도도 빠르고.. 색상도 예쁘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잠금해제 되는게 너무 신기했다.
깨끗한 액정으로 사진을 보는게 얼마만이더라 ㅋㅋㅋㅋㅋ
카메라도 너무 좋았다.. 그치만 한편으론 아이폰10을 떠나보내면서 또 마음이 괜스레 뒤숭숭했다.
아직까진 작동이 잘 되는 폰이었는데..
오랜 시간을 나와 같이 보내던 폰이었는데.. 원래도 액정이 깨져있었지만..
천안에서 개고생하면서 3개월 일할 때..
회사 화장실 바닥에 몇번 떨궈서 액정 더 쫙쫙 나가도 그냥 애지중지하며 쓰던 폰이었는데..
맘이 안좋으면서도 새 폰을 만나서 좋은 이 기분 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

이번엔 진짜 잘 써야지..
나를 잊지 않고, 어느 날 불쑥 나를 찾아와준 이 친구에도 진심으로 고마웠다.
오랜만에 봤던 이 친구가 이제는 예전보다 행복하다는 근황을 전해와서 너무 기뻤다.
이 친구가 지난 세월을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았던 터라, 앞으로는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한편으로는 이제 내가 잘 모르는 이 친구의 새로운 버릇이나 추억이 생겨서 조금은 섭섭했지만..
이 친구를 대전역에서 배웅하면서.. 나는 이 친구가 진심으로 행복해서 다행이고.. 앞으로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 친구가 새 아이폰 줬다고 알랑방구 뀌는거 아니다 ㅋㅋㅋㅋㅋ
나 그렇게 물질에 세속적인 사람 아니다 ㅋㅋㅋㅋㅋ



* 제 글보다 위 짤이 더 제 맘을 대변한다 생각하면..
그건 기분탓임당 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

여튼.. 그래도 다음번엔 내 돈으로 새 아이폰을 턱턱 바꿀 수 있는 재력을 가졌음 좋겠다.
역시 친구한테 고가의 물건을 선물 받는건 정말 감사하지만.. 미안하기도 한 감정이라서..

빨리 이직해야지.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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