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한 지 2개월이 다 되어간다.
회사와 같은 지역의 국민임대가 되어서.. 최근에 혼자 살기 시작했다.
처음엔 집이 집같지도 않고 낯설었는데..
너무 적막해서 싫었는데..

이제는 내가 원하는 시간대면 언제든지 일어나서 공부도 할 수 있고..
나한테 이 나이까지 공부만 해서 뭐할거냐는 부모님 말도 안들어서 좋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반면 최근들어 회사는 죽을맛이다.
나한테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쓸데없이 거는 기대들이 너무 많다.
숨이 막혀. 팀 내에 어르신들은 나보고 자꾸 더 많은 업무를 하길 바란다.
팀 내에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상사들은 내가 어딘가의 정규직으로 이직하길 권유한다.

하.. 이래서 내가 외국어 한다는거 오픈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날이 가면 갈수록 내가, 회사속에서도 우스운 사람이 되는구나, 싶어서 어처구니 없기만 하다.

열심히 준비해서 이 회사의 정규직으로 이직하라는 조언도 많이 받았다.
그치만 나는.. 8개월 넘게 야근하면서 업무의 돌발상황에 대처하느라 개인 시간이 별로 없었고..
그 다음에는 이젠.. 보편적이지 않은 과목을 공부하는거에 이골이 났다.
왜냐면.. 안됐었으니까.
한번 안되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도 모르는 나날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하고..
그 날이 온다고 해도, 내가 그걸 잘할 자신이 없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원하는 곳을 입사하지 못해서 상처받았던 내가..
꿈을 막연하게 쫓으며 조금씩 무언가를 하던 내가..
또다시 어딘가를 들어가기 위해서.. 기존 공부를 버리고 또 새로운걸 일정수준으로까지 올리게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아직까지는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4월에는 폴리텍대,
5월에는 한국법제연구원과 울산경제연구원의 필기시험을 봤다.

폴리텍대와 내 점수의 합격 차이는 4점차이였다.
작년의 2점차이에 비하면 좀 더 벌어진 수치였다.
한국법제연구원에서는 회계 논술을 봤는데.. 당연히 내가 잘 볼리가 없던 터였다.
그래도 ncs만 놓고 봤을때는.. 작년의 한국한의학연구원보다는 좀 더 수월했던거 같다.
울산경제연구원에서는.. 경영과 회계를 시험 봤는데..
그래도 최근에 전산회계 1급 공부를 했었다고.. 회계 문제는 평이하고 수월했다.
경영 문제는 좀 더 범위가 좁고 세밀하게 나왔던거 같다..

내일 모레 또 다른 곳에 시험을 봐야 해서 오늘도 공부를 더 해야 하건만..
나는 또 자괴감에 사무친다. 이번 5월부터는 경제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매일 보지도 않는 신문을 뭣하러 돈 낭비하며 구독하냐는 엄마의 말을 더이상 듣지 않을 수 있어서, 이기도 하고,
월 25,000원짜리 한국경제 신문을 구독하면.. 월스트리트저널을 같이 구독할 수 있다는게 좋았다.
기사를 보면서 논조가 나랑은 안맞는게 많아서.. 기사를 읽을때는 필기를 하면서 읽고 있다.
그리고 며칠동안 신문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키워드가 뭔지를 찾아가며 보고 있다. WSJ은 회사에서 틈틈이 쉴 때마다 하나의 경제아티클을 정해서 읽고 있다.
내가 영어로 된 경제기사를 과거에 이해할 수 없었던 이유는.. 영어를 못해서라기 보다는 경제 지식이 부족했다는걸 알게 됐다.
최근에는 경제기사의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어서.. 조금은 기뻤고 다행이었다.

그치만 그마저도 최근 일주일은 내일모레 볼 시험때문에 한글과 영자신문을 아예 보질 못했지만..
그리고 최근에는 유튜브의 cnn10 채널을 구독하면서.. 하루에 1개식 셰도잉을 하고 있다.
예전엔 정식 서비스를 해주지 않았었는데.. 자막도 안나왔고..
요즘엔 정식 채널도 있고.. 자막도 켤 수도 있어서 좋다.
참.. 마음만 먹으면 외국어 공부하기 좋은 세상이다.
코트라와 aT를 지원하는건 올해를 마지막으로 끝내기로 했다.
올초에.. 내가 현재 나이가 34살인걸 생각하면서..
죽기 직전에 가장 후회할게 뭐인거 같은지 생각해본적이 있다.

이 시기에 누군가를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는걸 못하면 후회할 것인가..
아니면 원하던걸 끝까지 노력하지 않고 도중에 멈추는걸 후회할 것인가.. 토익 900점을 넘기려고 아등바등하던 내가 있었다.
혹시라도 아등바등하며 무역자격증을 따던 내가 있었고..
20대 내내 틈틈이 외국어 공부하던 내가 있었다. 사실은 안다. 꿈을 버리지 않고 내 나름의 끝을 보겠다고 하는거는 미련한 짓이라는거를.
나에게 갑작스런 큰 행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나는 올해에도 당연히 분명 그 두 회사에 붙지 못할 것이다.
실력이 남들보다 안되니까, 노력을 남들보다 덜했으니까.
그러면서도 불안하다고 경제학을 더 자세하게 공부하긴 커녕, 괜히 다른 전공과목 공부하면서 삽질 중이니까.
또 다시 상처받기 싫다고 다른 회사에도 이력서를 다 내고 있으니까.

그치만 이제는.. 타이밍이 안맞게 너무 오래 품어서 썩어버린 꿈을 버릴 때가 되기도 했고..
내가 만약 어딘가의 정규직이 못되어서 평생 이 임금으로만 먹고 살려면..
이제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나 희망도 버려야 할 때가 되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자기 주제도 모르는 주제에, 쓸데없는 기대나 희망을 가져서 이상향만 높이는건,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만 커져.
그건 내가 어렸을때부터 해봐서 잘 알지.
그거 하기 싫어서 시도는 이것저것 해봤는데도 안되는것도.. 잘 알아.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지는게 너무 아프다.
그 사람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서 내 온 몸을 찌른다.
가족도.. 직장동료도.. 사라지고 싶다.

야근을 안하기 시작한지 불과 보름 밖에 안둔 나를 두고..
대표는 내 일을 일로 안볼거라고.. 다른 예체능 출신의 누군가가 해야할 일을 맡기려 하면서.. 나를 감자칼과 사시미칼로 비교하는거 말고..
내가 같은 직급의 동료 생각하면서 더 일을 안가지려고 치욕스럽게 일을 그만 달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도 싫고..
일이 점점 없어져서 월급 루팡하는 짓도 싫고..
남들이 나를 치켜 세우는것도.. 깔보는 것도 다 싫어..
나는 내가 잘나건 못나건.. 항상 그대로의 나일 뿐인데.
만약 세상에 나 혼자만 있다면, 나는 남들을 의식할 필요가 없을텐데.

그냥 이제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
또 다른 김지인은.. 어쩌면 또 다른 평행우주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
그 수 많은 경우의 수 중에.. 어쩌면 어떤 김지인은 모든 역경을 이뤄내고 결국 원하는 꿈을 이루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이제는 그거면 됐지, 싶어.
내가 못했어도, 어느 우주의 김지인은 해냈다면.. 행복하다면..
나는 이제 사라지고 싶다.
남들의 새털처럼 가벼운 그 한 마디가, 그 기대가,
나한테는 너무 아프고 무거워.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모두 두려운 밤이다.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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