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3개월을 채워간다.
아빠의 말에, 자꾸 비수에 마음이 꽃히는 것처럼 마음이 다친다.
니 나이가 31살인데 니가 이제와서 다른데 어디 취직이나 하겠냐고.. 너 대체 뭐하려고 이러냐 한다..
니가 하고 싶은게 있으면 열정적으로 해봐야 하지 않겠냐고..
매일을 충실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하면, 어느새 그 말의 파편들이 날 바닥까지 내리 꽂는 기분이다.
하루를 남들보다 좀 늦게 시작하는 아침 9시만 되어도 그런 말은 자동으로 튀어나온다.
정작 난 지난 8월부터 주말에도 마음껏 쉬어본 적도 별로 없었는데..

오늘은 공부를 할 수 없었다.
동생이 간만에 왔길래 걍 하루종일 집에서 낮잠이나 잤다.
그냥 부모님을 보고 그런말을 일방적으로 듣는게 너무 화가나고 짜증이난다.
아마 우리가족에게 가장 베스트는 그토록 고통스러운 회사일을 6년 내내 하다가 자살하는거였을지도 모른다.
그럼 산재 처리라도 받았을까? ㅎㅎㅎㅎㅎㅎ

돈이 없다는건 사람에게 참 자괴감을 준다..
아빠도 힘드시니 그렇겠지..
엄마도 많이 아프시고..
근데 나도 아프다.
그러면서 엄마아빠는 내가 행복한게 소원이란다.
그런건 애초에 이뤄질수가 없다. 이런식으로 계속 된다면...

아무리 자존감을 올리려고 2년동안 200만원 어치 상담 받으면 뭐하냐.. 결국은 도돌이표인 것만 같다.
상담쌤이 나한테 그랬었다..
지인씨는 자기가 사장도 아니면서 왜 회사를 자기가 사장인것처럼 그렇게 열심히 죽을것처럼 다니냐고..
주변 동료들 상황까지 다 생각해주면서..
지인씨는 자신을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지인씨 스스로보다 훨씬 강한 사람이다. 스스로를 낮게 보지 말아라.
주변 동료들도 나한테 자주 이런말을 했었다..
지인씨는 그 스펙으로 왜 여기서 이 일해요?

근데 부모님이랑 같이 있으면 결국 다 도돌이표다..
부모님이 원하는대로 가지 못하는 내 자신..
플랜B가 없이는, 섣불리 선택을 감히 할 수가 없어서
공무원, 교사 어느것 하나 섣불리 도전하지 못했던 내 자신..

난 어렸을때부터 발버둥을 쳐왔다.
감히 대단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려 노력을 많이 했다.
소심한 성격과 못난 외모때문에 학창시절에 왕따를 당할때도, 내가 공부를 잘하면 괜찮겠지라는 걸로 사교육도 거의 받지 않고 자력으로 지방 국립대에 장학금 받으면서 입학했고..
모교 어학센터에서 1년정도 영어회화를 익히면 해외어학연수를 가지 않아도 된다는 주변 선배들의 말에, 영어회화도 공부하고.. 더불어 일본어도..
처음 직장인으로서 CS를 선택한건.. 원하던 분야에서 매번 낙방하고 정말 이대로 사회생활 시작도 못할거 같아서 시작했던거였고.. 그걸 6년을 계속했다..
내가 아니면 이 회사가 안돌아갈것처럼 일했었다.
다시 취준하는게 그토록 무섭고 동료들도 눈에 밟혔고.. 뭐 결국은 이렇게 됐지만..

나는 솔직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지, 뭐가 그렇게 항상 부족하기만 한건지 잘 모르겠다.
부모님이 원하시는대로 교사, 공무원 못된거?
아니면 하다못해 회계학과를 졸업해서 그쪽 분야로 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31살이 다 되어서야 갑자기 일 그만두고 무역쪽으로 나가겠다고 자격증 딴다고 설쳐대는거??
진짜 사는게 지긋지긋하다..

왜 가족은 가족이라는 이름만으로 아무렇지 않게 상처를 주는걸까.
솔직히 말하면.. 난 지금 누가 나한테 뭐라 하지 않아도 매일이 아프다.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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