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에는 3곳의 필기를 봤다.
한 곳은.. NCS가 상위 10%였는데.. 또 며칠을 더 마감일을 지나고서도 기다리게 하더니.. 결국에는 서류 탈락을 했다.
작년이랑 똑같구나.. 싶어서 웃음이 났다.
왜 상위 10%여도 필기 합격을 못하는걸까?
다른 두 곳은 NCS와 논술을 보는 곳이었다.
그 곳 중 한 곳은, 논술이 HR과 관련된 문항이 나왔다.
간만에 HR에 관한 내 생각을 논술로 적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10년 전의 나라면.. 분명히 좋아했을 터였다.
나는 내 전공 중에 인사분야를 너무 좋아했으니까.
그 당시만 해도.. 조직행위론, 조직구조론 등을 배우면서.. 만일 경영학에 마음이 있다면.. 경영의 4대 분야 중에 인사분야가 그에 해당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사실 회사에서 입사해서.. 한 구성원으로써 옆에서 지켜본 인사팀은.. 조금 다른 느낌이긴 했지만..
정리해고를 시킬 때 바로 눈 앞에서 사람을 짜르는 것도, 아이러니하게 인사팀이 대표해서 하는거니까..
뭐든 양면은 있는거다.
그래도 간만에 좋아했던 분야를 문항으로 만나서 내 의견을 쓸 수 있다는게 반갑고 좋았다.
비록.. 나는 HR을 꾸준히 판게 아니라서 올바른 답을 적기에는 힘들었지만..
결국 필기 합격선과는 5점차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다른 한 곳은.. 논술 문항이 농업과 무역 관련한 문항이 나왔다.
이 곳은 필기도 붙고, 면접도 갔다.
가는 길에 내 차가 도중에 부셔질뻔했지만.. 그건 차치하고..
오랜만에 면접장에서 영어를 쓰려니.. 영어가 잘 안나왔다.
그도 그럴게.. 영어를 제대로 안쓴지 벌써 2,3년이고.. 그 사이에는 CNN이나 BBC 셰도잉만 했으니까.
그래도 말이 안나온것 치고는 잘나온 편이었다. 배운게 완전히 증발하지는 않은거 같다.
가서 내가 평소에 본 신문기사와, 이때까지 배운것들을 이용해서 면접장에서 내 최선을 다했다.
그치만 그 주에는.. 다른 상사들을 서포트 하느라 계속 야근을 하던 편이라.. 그 회사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고 가지는 못했다.
업무분야도 내가 준비해왔던 분야와는 약간 다르기도 했고..
그래도 면접 때 어느정도 잘봤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회사의 직원이 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꿈에 가까워지나 했는데.. 결국 안됐구료 ㅎ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가까운 상사들은..
나를 응원해준다.
내가 이번 면접 잘봐서 왠지 감이 좋다고 했을 때,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근데 막상 간다고 생각하니 서운하다.’ 며 응원해주었다.
내가.. ‘나도 공부하면서 나 스스로를 못믿는데.. 어떻게 그렇게 확고하냐?’라고 물으니..
‘지인씨는 열심히 하니까 당연히 그럴줄 알았다.’며 웃었다.
결국 결과는 안좋았지만, 나조차 믿지 못했던 내 자신을, 누군가가 믿어준다는건 참 감사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 자신을 좀 더 믿어보기로 했다.
다른 상사도 나를 불러서 본인의 이야기를 해주며 위로해줬다.
내가 혹시 우는건 아닌지 걱정도 해주고 ㅎㅎ
아직 기회는 있을거니까 조금 더 열심히 해보자고.. 화이팅도 해줬다.
그치만 한편으론 좀 더 같이 지낼 수 있게 되어서 좋다고도..
내 현 상황때문에 슬펐지만, 한편으론 그 분에 참으로 감사했다.
내 꿈의 유효기간이 만료가 되어가는 순간이 다가온다.
토익의 만료는 올해 12월 말.
토익스피킹도 내년 2월이면 끝나고..
아마 큰 이변이 없으면 올해 필기 시험을 볼.. 두 곳의 내 꿈의 기업에 도전하는건..
올해가 마지막이 될 터였다.
나는 아마 올해 안으로 원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이제 외국어는 더이상 공부하지 않을 것만 같아.
가장 좋아했기에 어쩌면 쳐다보고 싶지 않을거 같기도 하다.
무역도.. 더 이상 안할거 같아..
그 때 되면 다른 마음이겠지만.. 지금은 일단 이래..
만약 인생이 영화였다면, 첫 회사를 퇴사하기 전,
여름 휴가비를 때려 넣어서 한국무역협회의 신입사원 무역실무과정을 들으러,
비 내리는 한 밤에, 중경삼림의 OST인 왕페이의 몽중인을 들으며, 고속버스를 타고 강남의 숙소를 찾아가던 나는..
벌써 어딘가의 삐까번쩍한 곳에서 날아다니고 있어야 할 터였다.
근데 인생은 다큐이고, 세상은 나보다 능력도, 노력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어쩌면 내 자리는 없는게 당연하고, 있는게 이상할 터였다.
한 과학자는 그랬다. 우주에서는, 죽음이 당연하고 살아있는게 이상한거라고..
이 전 우주에서 살아있는 우리 생명체가 기적인거라고..
그것처럼.. 내 자리는 없는게 당연하고 있는게 이상하겠지.
근데 그렇다고 이때까지 내 젊음을.. 시간을 투자한게 다 허송세월이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결국 취업이라는 큰 성공은 하진 못했지만..
그 사이사이에 무역 자격증 취득이나, 외국어 향상이라는 좋은 결과를 맞기도 했다.
사실은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조금씩 행복했어..
경제학 공부하면서도 분명히 되게 많이 괴로웠는데..
그 뒤에 신문 읽으면 경제학적으로 눈에 띄는게 생겨서.. 사실은 조금 더 행복해졌어..
내가 사랑했던 내 전공인 경영학도.. 학부생 때 배우는 동안엔 행복했어..
내 능력이 그만한 깜냥이 안되어서 그렇지..
그래도 공부할때는.. 어쩌면 오늘의 노력이.. 내일의 변화로 이어지진 않을까..
희망을 살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모르는걸 일정 수준 이상으로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걸 배운다는건 분명 괴로웠지만..
왜 나는 오랜 시간을 공부할 수 없을까.. 왜 내 체력과 끈기는 이따위밖에 안되나..
진짜 너무 괴로웠지만..
나는.. 내가 배워왔던 것들을 어느덧 조금씩 사랑하고 있었다.
설령 그 첫 시작은 취업을 염두해두고 했던 것이었을지라도.
남들의 능력보단 미약해서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내 꿈의 유효기간이 만료가 되는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언제 내 나이가 이렇게 됐지? 싶을 만큼 가끔은 거울 속의 나 자신을 보고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래도 올 연말까지는 꾸준히 필기 준비를 밀고 나가려고 한다.
때로는 울고싶고, 때로는 다 안하고 싶어져도..
사실 경제학적으로 보면 결국엔 이게 다 매몰비용이다.
투자했고 결국 성공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 비용.
사실 매몰비용은 의미가 없어.
근데 나는 내 인생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끝을 맞이할 준비를 하려고 한다.
그 끝이 짝사랑이었어도.
나는 이제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잘 몰라.
그래서 그 마음이 사그라지도록 연말까지는 계속 해보려고..
이제 몇개월 안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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