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23년 1월 14일에는 토익 시험을 보러 만년중에 갔다.
작년 11월 중순부터 시작했던 산타토익 60일권의 만료를 하루이틀 앞두고 본 시험이었다.
전 날까지 팟7은 풀어보지도 못했고, 시험 전날에 또다시 연차를 내고 팟6만 5,6시간 내내 풀었다.
기존에는 LC와 팟5만 풀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6시간을 내리 푸니.. 어느덧 밤이 깊어서 팟7을 풀 수가 없었다.

산타토익은 언제 어디서나 앱으로 문제를 쉽게 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이패드에 펜으로 필기가 안되는 특징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앱으로 팟7을 풀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토익시험장에서 부랴부랴 ETS 1000제 RC책을 갖고가서 팟7의 복문을 열심히 풀었다.
그냥.. 어렸을때 가장 두려워했던 상황이었던..
‘공기업을 준비하다가 토익이 만료가 됐을때 어떡하지’를 실로 맞이한 순간이었다.

시험 직전에.. 모든 책을 다 가방에 넣고 창 밖을 멍하니 쳐다보는데..
내가 이번 시험에서 과연 900점을 넘길 수 있을까.. 라는 걱정과,
내가 첫 토익을 봤던게 2010년이었는데.. 12년동안 뭐하는 짓이지.. ㅋㅋ 라는 작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물론.. 그 중에 6년동안은 토익을 놔버렸던거지만..
2018년, 20년, 22년.. 최근 4,5년은 그래도 토익을 계속 보고 있으니..
이제는 창 밖을 보며.. ‘아.. 시험보는 것도 이제 좀 지치려고 그래.’라는 생각을 약간 했다.

토익에서 LC는 도중에 말이 빨랐던 구간이 있어서 한 10문항 정도는 잘 캐치를 못했던 것 같다.
예전엔 LC가 495점 나왔을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영어를 놓으니까 잘 안들리는 부분이 생기는구나.. 싶어서 좀 스스로가 답답해졌다.
내가 잘 못들어서 그렇지 그래도 스피커 음질은 괜찮았다.
문제를 풀다가 문득 교실의 스피커를 봤는데, 인터엠이라는 글자가 써있길래..
아.. 여기는 방송설비를 좋은 회사꺼를 쓰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속으로 혼자 웃었다.

RC는 의외로 5분의 시간이 남았는데..
팟7 공부를 제대로 안했던 터라.. 그냥 여기까지 한 걸로 만족하자란 생각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다다음주에 토익을 보기위해서 또 접수를 했건만, 진이 다 빠져서 또 시험보기는 어렵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900점 넘겨야 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이제는 좀 지친 것 같아.



2.

그 다음날에는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갔다.
그 때 시간대가 맞는 영화가 ‘영웅’밖에는 없어서, 그 영화를 봤다.
영웅 안중근의 고뇌와 마지막을 담은 영화였다.

영화의 첫 부분에서 많이 놀랐다.
안중근 의사의 군대가 일본군을 이겼는데, 전쟁포로를 죽이지 않고 풀어주신 일이었다.
결국 그 전쟁포로는 살아서 돌아갔고, 안중근 의사의 군대는 큰 인명피해를 입었다.

어쩐지.. 처음부터 불안불안 하더라니..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 편으로는 저런 고귀한 성품을 가지신 분이니, 조국을 위해서 희생을 하실 수 있었던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세상에는 저렇게 좋은 성품을 가진 사람들을 찾기 힘든걸까..
모든 사람들이 좋은 성품을 갖고 있다면.. 쓸데없이 전쟁을 할 필요도, 다른 사람을 해칠 필요도 없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영화의 엔딩 부근에는 조마리아 여사께서 안중근 의사께 보낸 편지의 내용이 나왔다.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었지만.. 새삼 놀라웠다.
좋은 성품의 부모님의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러한 성품을 가질 수 있었던 거겠지..

영화 엔딩에서는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지금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하는 문구가 나왔다.
일본 제국주의의 잔인함에 치가 떨렸다.
그치만 하늘에서 광복된 조선을 보시고 조금이라도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후손들이 잘 살고 있다고..
독립운동가 분들께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목요일에는 소개팅을 했다.
회사에서 잡아주신 너무나도 갑작스런 소개팅이었다.
주선자께서 제발 렌즈를 끼고 나가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평소에 잘 끼지도 않는 렌즈를 끼고 나갔다.

학부 때 받아봤던 소개팅 이후로, 두번째로 받아본 소개팅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때도 동갑, 이번에도 동갑이었다.
소개팅을 해본 적이 없어서 어쩌나.. 싶었는데.. 주선자께서 따로 전화를 주셔서..
상대방도 별로 경험이 없으니, 그냥 친구 만난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만나라는 말씀을 하셨다.

한 카페에서 평소에 잘 마시지도 않는 요거트 스무디를 시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멀리서 상대방이 걸어왔다.
훈훈한 호남형 외모에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지신 분이었다.

와.. 너무 긴장해서 스무디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포켓몬고 게임 얘기가 나왔다.
2년 전까지 취미생활로 틈틈이 했던 생각나면서 너무 반가웠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신나서 포켓몬고 이야기만 하고 왔다…… ㅠ
아마 소개팅에서 게임 얘기만 하는 여자는 나밖에 없을거야.. ㅋㅋ

그래서 결론은.. 잘 안됐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간만에 옛날 취미가 다시 생각나서 좋았다.
오랜만에 포켓몬고 앱을 다시 깔고 다시 게임을 했다.

마지막으로 접속했던게 2021년 2월이었다.
아.. 그 때 21년도에 갑자기 공부를 그만두기 시작하면서 안하게 됐구나..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오랜만에 접속했던 게임은 2년동안 참 많은게 바뀌었고 어색했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ㅎㅎ

나.. 왠지 취미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아.



4.

이렇게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고, 어제부터는 설날 연휴를 맞이해서 부모님 집에서 다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간만에 한전 모고용 NCS도 다시 풀고.. 이제는 경영학 문제집도 좀 풀어봤다.
경제.. 어려웠는데 상경통합 준비하려면 다시 해야겠지..
회계도.. 상경통합 준비하려면 해야겠지..
행정도.. 법도..


토익스피킹은 올해 2월이 지나면 만료가 된다.
19년 8월에 에듀콘 수강하고 나서 Lv.7 나왔었는데.. 그때는 170점이었고..
21년 2월에 다시 시험을 쳤을 때도 Lv.7 나왔었는데.. 그때는 나름대로 혼자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도 160점 컷트라인에 걸렸었다.

그치만 토스는 다시 하려니.. 이제는 포맷에 맞춰서 달달 외워서 하기가 너무 지치고..
오픽은 한번도 쳐본 적이 없고..
나는 영어회화를 안한 지 너무 오래됐고..

그래.. 아직 끝난건 아무 것도 없다.
내가 어디까지 힘을 낼 수 있을진 잘 모르겠지만..
성패는 둘째치고, 나는 내가 납득할 만한 결과를 얻기 위해 다시 최선을 다할거야.

뭐.. 어쩌면 이제 연애나 결혼을 못하게 될 수도 있지만..
모르겠다.. 또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하지 말라고, 그만하라고 나를 말리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다만, 인생은 원래 한 치 앞도 모르는거니.. 나는 지금 주어진거에 다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역시 후회하고 싶지 않다.
내가 하는 선택들이 모여서,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지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