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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2.10.23 2022년 10월 말의 단상
  2. 2022.09.08 요즘은 삶에 의욕도 없고, 재미도 없다. 3
  3. 2022.08.21 2022년 8월의 단상
  4. 2022.07.27 2022년 7월의 이야기
  5. 2022.05.27 2022년 5월의 단상 4

엊그제, 코트라 1차 면접을 보고 왔다.
6시간, 4번의 면접.

1차 영어면접부터 시작해서, 상황면접, 토론면접, PT면접까지..
20분의 메모시간을 주고 3분 발표에 3분 질의 응답,
토론면접은 20분의 준비시간에 42분의 발표.

이때까지 한번도 해본 적도 없는 면접을 처음 해보니,
면접장에서 말도 씹히고, 데이터를 빨리 정리하지도 못해서 조금 괴로웠다.

면접을 하는 도중, 긴장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고,
6시간동안 500미리짜리 생수 2병을 끝장냈지만..
면접 전에.. 이젠 더이상 학생이 아니라서 스터디 같은걸 준비할 수도 없었고..
면접 바로 전날까지도 나는 야근을 해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을 보게 되어서 나는 정말 간만에 너무 행복했다.



10월 초의 어느 날,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코트라의 시험 결과가 나왔으니 확인해라, 네 수험번호는 02-00**이다.
설마 됐겠나.. 싶은 마음으로 검색해보니, 내 수험번호가 거기 있었다.
너무 놀라고 기쁜 마음에, 점심시간인 것도 까맣게 잊고, 옆에 후임에게 붙었다며 뛸 듯이 좋아만 했다.

그 뒤로 다가온 NCS와 인적성 검사..
처음으로 경제논술을 넘었다는 기쁨도 잠시..
인터넷 후기로 찾아본 NCS의 후기가 너무 어마어마했다.
그래서.. 후임에게 이건 도저히 자신이 없다며 한탄을 했다.
그랬더니 후임이.. “지인씨 이때까지 열심히 했잖아요. NCS는 다른데 가서도 많이 풀어봤고요. 이번에 잘할거에요.” 라며 위로해주었다.

막상 가보니.. NCS 기본서를 들고 온 사람들이 몇명 있었다.
나는 적어도 저 사람들은 이길 수 있겠단 생각을 했다.
왜냐면.. 내가 이때까지 푼 PSAT 문제집이 몇권이고.. 실전 문제집이 몇권인가.. ㅎ
그래도 사실은 너무 떨렸다. 90분 안에 120 문항을 풀어야 했으니까.
그치만.. 그냥 내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다.
후회만 하지 말자고..

그리고 엊그제.. 드디어 코트라 1차 면접을 보고 왔다.
6시간동안 계속 머리를 쓰고, 면접관 앞에서 내 의견을 펼치는 시간은.. 쉽지만은 않은 시간이었다.
영어도 안쓴지 1년이 넘어가는데 오랜만에 하려니.. 남들보다는 못하는 내 자신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실수도 하기도 했고..

막상 면접을 보러 가니.. 더 떨렸다.
시계가 없는 곳에서, 면접관의 말만 듣고 시간내에 요점만 정리해서 면접장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었고..
발표면접과 토론면접은 준비만 연달아서 20분씩 총 40분간 머리를 싸매고 요점을 정리하는것도 어려웠다.
면접장 안에 들어가서 내 의견을 펼치고, 면접관으로부터 문의가 들어오는걸 응대하는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치만 행복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관하지 않고 간만에 속이 후련하고 행복하기만 한 면접은 처음이었다고 생각한다.
내 젊은 날의 꿈에 기업에 지원하고자 했던 오랜 사랑이.. 어느정도 이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코트라 경제 논술에도 붙어봤고.. 1차 면접까지 가봤으니..
정말 경쟁하고 싶었던, 나와 같은 목표를 향하고 있던 쟁쟁한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서, 그것도 코트라 실무진들 앞에서 겨뤄봤으니..
그것만으로도 지난 날의 내 세월이 모든게 다 헛되지는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척이나 감사했다.

4년 전에는 코엑스 4층에서 키타에서 진행했던 무역실무과정을 배웠는데,
4년 뒤에는 코엑스 3층에서 코트라 NCS랑 1차 면접까지 보다니..
이런 일이 생길 줄 내 인생에서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ㅎㅎ

사실 한편으로는 프로듀스 101의 지원자 중에 한 명이 된 듯한 느낌도 들었는데..
24명까지 올라간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172명으로 시작해서 24명 안에 들다니..


1차 면접까지 오다니.. 정말 행복했고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이 소중한 기회를 주신 코트라 관계자 여러분과 인재경영실 분들에게도 너무 감사드려요.
항상 행복하세요.
저도 행복할게요..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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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주 주말에는 부모님과 동생과 식당에서 장어를 먹다가 문득 울어버렸다.
아빠는 또, 이렇게 아등바등 살지 말라고.. 젊은 날 금방 간다고.. 즐기며 살라고 했다.
같은 레파토리의 반복이었다.

그 말을 듣고 서러워서 갑자기 눈물이 났다.
어차피 죽을 인생이라면 차라리 이 청춘이 다 빨리 지나가서 빨리 죽을 날이 오면 좋겠다고..
인생을 열심히 산다고 사는데.. 왜 내 인생은 변하는게 없고 구질구질한지 모르겠다고..
서럽게 펑펑 울었다.
요즘 회사에 가면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누구는 옆에서 승진 안시켜준다고 몇달동안 같은 레파토리로 말하고..
누구는 한달에 200도 채 받지 못하는 나한테.. 언제까지 하위 99%의 마인드로 살거냐며 훈계하고..
티나지 않는 일을 열심히 하는건 의미가 없다.. 뭐 그런 류의 이야기들.. 회사에서 사람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고.. 인력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한게..
졸지에 또 우스운 말이 됐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재 육성으로 보셔야지.. 단기적인 관점에서만 보고 사람을 cost로만 생각하시면 안된다..
라고 말한게 나는 이게 왜 루저의 관점에서 말했다는 건지 백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
내가 배운 경영학의 인사분야들은.. 그토록 핵심 인재를 육성하는 방법에 대해서 학문을 구축하고.. 학생들한테 가르치던거였는데..
경제학에서도.. 사회의 비정규직이 늘어날수록 소비는 감소되고.. 소비력이 줄어드니 기업의 투자도 감소하고.. 결국 저물가 저금리 저성장이 지속되면 유동성함정에 빠질 우려도 있는데..
나는 실무를 잘 몰라서 이러는걸까?
내가 너무 이론에만 집착했던걸까..

어쩌면 정규직도 아닌데 너무 큰 욕심을 부렸던건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갖고 있던 모든 꿈들도 다..
내가 부자도 아니면서.. 그냥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아등바등하던.. 쓰잘데기 없는 거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그냥.. 회사에서 일 끝나면 집에서 잔다.
자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유튜브에서 자는 시간이 많이 늘면.. 뇌가 죽고 싶은거라 하던데..
나는 참 어지간히도 이제 지치고.. 인생을 끝내고 싶나보다. 이제는 회사사람들이 하하호호 얘기하는거에도 끼고 싶지 않다.
내 일은 의미 없는 일이라 한다.
내가 일이라며 데드라인에 맞추기 위한 그 모든 일들은 모두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지금도, 예전도, 다 마찬가지였겠지. 그래서 나는 좀.. 많이 죽고 싶어졌다.
이제는 무언가를 새로 하고 싶다는 의욕도 없다.
공부해야 하는데.. 기운을 너무 많이 빼았겼다.
다른 기업들도 이런 나라면 안좋아하지 않을까.. 이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자신이 없다.

곧 토익 만료 되겠지.
나는 앞으로 30년동안 이 회사에서 이 직급에서 평생 이렇게 뒤치다꺼리하는 일만 하다가 죽겠지.
참 희망이 없는 개같은 인생이다. 이래서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니까. 가족들이 보고싶다.
앞으로 일을 열심히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이제.. 지쳤어..
일도.. 사는 것도.. 인생이 너무 절망적이고, 재미가 없다.
나는 항상 지는 게임만 하는… 어쩔수 없는 99%의 인생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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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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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와 중순에는 다양한 일이 있었다.



1.

일단.. 회사 일부 구역에 물난리가 났었다.
야근을 하느라 저녁까지 남아있었는데..
물이 터져서 같이 야근했던 과장님이랑 허겁지겁 내려갔다.
가보니까 이미 천장에서는 물이 콸콸콸
교대근무자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하나 당황하면서 뭐라도 하려는 상황이었다.
일단 흐르는 물이라도 막아보자.. 라는 느낌으로, 어디선가 구해온 거대한 김장김치 담그는 용도와 비슷한 비닐을 가지고
천장의 물을 막고.. 물을 빼내려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다들 온 몸으로 그 물을 다 맞아야 했다.

나도 그 사이에서 뭔가 하려면 좋으련만, 나는 애석하게도 일평생 엔지니어랑은 상관이 없는 공부와 업무를 해서 그런지..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었다.
물을 같이 비닐로 받아내다가.. 무겁고 중심을 못잡아서 기껏 받은 물이나 다 쏟아져서 나는 소리나 지르고.. ㅎㅎ.. ㅠㅠㅠㅠ
그래서 가운데서 잔심부름으로 보안팀에서 열쇠나 받고 문이나 열고..
흐르는 물들을 미화팀에서 빌린 스퀴저로 긁어내고..
바닥에 있는 물을 연신 습식 청소기로 빨아들여서 긁어냈다. 그래도 각 공종별 특징이 잘 나타나서 그 바쁘고 긴박한 와중에 내심 한 편으로 슬그머니 웃었다.
전기 쪽은 천장 텍스 젖는데 전기 감전 사고 나면 어떡할지 걱정하고..
공조 쪽은 그 와중에 일하는데 시원해야 한다고 에어컨 틀어주고.. ㅎㅎ
소방 쪽은 소방호스 찾아와서 누수된 물을 배출할 통로도 만들어주고.. 여튼 도중에 가구들이 침수되는데 어느 한 명이 멀티탭이 젖으면 어떡하냐 해서,
허겁지겁 내가 그 근처 물을 닦아내면서 다른 한 명이 멀티탭을 들었는데..
멀티탭이 물을 먹어서 들자마자 꺼졌다.
그거 보고 경악해서 또 소리질렀는데.. 그런거는 안전 상에는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할 수 있는게 별로 없어서.. 청소만 열심히 하느라 도중에 집에가서 새벽 1시에 갔지만..
다른 분들은 원인을 찾고 그 사태가 마무리 될 때까지 새벽 4시까지 있다가 갔다. 그 때 사실 조금의 무력감을 느꼈던거 같다.
무언가 사태가 터졌는데 내가 실질적으로 그쪽 방면에는 아무 지식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한다는.. 지금 일하는 이 부서는.. 가끔 나만 별나라에 떨어진 듯한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다들 전문성을 갖고 일하는데.. 나는 여태껏 일하면서 제대로 된 전문성을 살려보질 못했으니..
그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하지만 그 날은 그 부러움보다,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과 부끄러움이 조금 더 들었던 날이었다.



2.

사실 1.의 사건이 있을 때, 내가 야근을 했던 건 다른 이유였다.
최근의 나는 고래싸움에 끼어있는 새우였다.
새우인 나는 연신 등이 터져가고 있었다.

현재 근로 조건 중의 한가지를 두고, 노조와 사측이 일방적으로 변경을 요구하던 참이었다.
정작 부서 내에 다른 동료들은 대다수가 반대하던 건이었는데..
그거를 막아보겠다고 팀장님을 비롯한 부서 내의 다른 상사분들과 회의하여 결과를 냈지만..
그걸 실질적인 정보로 꾸리는건 내 몫이었다.
어쨌든 그래서 8월 첫째 주는 사측을 설득위한 정보를 꾸리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고..
거기에는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던 듯 했다.

그러나 8월 둘째 주에는 노조를 위한 정보를 제공해야 했다.
어떻게 해야 최근 몇 달간 지속된 노조의 요청을 막을 수 있을까..
정작 동료들이 반대하는 일이라면 나는 어떻게든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걸 막지 못해서 일어났던 일은.. 이미 전 회사에서 한 번 겪었으면 됐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두 번 다시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작정한 터였다.
또한, 나는 비록 엔지니어의 업무를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내가 인사분야에 전문가도 아니지만..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하지만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라 너무 막막했다.
우리의 주장은 명확했지만 그 근거를 찾기가 좀.. 어려웠다.
인터넷 상에서 각종 근무형태에 대한 조직행위의 데이터를 찾고..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산업안전보건법, 중대해재처벌법 등의 법조항들을 찾아다니며 근거를 꾸리려 했다.

근무시간부터 정보를 수집했던 일은 어느덧 11시가 되어서 방향이 잡혔고
새벽 1시에 개요가 잡혔고, 4시가 되어서 내용이 총 정리가 됐고, 서식을 다 잡고 다 끝내니 5시였다. 그 날 오전, 결국 팀장님께 보고했지만..
정작 이번에 실제로 쓰이는 정보는 그 중의 일부분이었다.
그래도 수고했다 해주셨다. 일부분이어도.. 내가 정리한 자료가 제때에 쓰인다는건 참 다행이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과업을 완벽하게 달성했어도 타이밍을 놓친다면 그건 완벽이 아니고.. 쓸데 없는거였다는걸 나는 여러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껴왔었으니까..
조금이라도 적절한 정보였어서 타이밍에 맞게 쓰인다면.. 그걸로 됐다.


3.

그래서 이러한 과정을 겪으며.. 결국은 공부를 제대로 못했다는 변명을 하게 됐다.
별 이변이 없다면, 이번 시험이.. 내 생애에 코트라 입사 시험을 보는 마지막 날이 될 터였다.
애초에 이번에는 안될거라 생각했으니..
코트라만 정하고 시험공부를 한 것은 아니었으니..
코트라만 생각하고 죽어라해도 붙을까 말까한 곳이니..
당연히 나는 붙을 일이 없을 터였다. 하지만 나는.. 이제는 오랜 꿈을 끝을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정이 다른 수험생들처럼 ‘옳은 길’을 ‘정석대로’ 가는 방법을 하진 못했다.
미시,거시,국제경제를 공부하고 경제신문을 읽으면서 현 시세를 익히고 필기를 합격하는게 정석인데..
나는 그 정석을 결국 해내지 못했으니까. 막판에 회사에 뒤늦은 여름휴가를 내고 집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나 스스로가 생각해도 여전히 부족했다.
그래서 시험보기 전 날 밤에.. 그냥 시험보러 가지 말까 생각했다. 하지만 2년 전에 코트라에 시험을 보며 느꼈던 감정이 있었다.
나는 그 날도 분명히 시험에 떨어질 거란걸, 알고 갔다.
미시,거시 경제를 1회독 밖에 못하고 갔고.. 경제신문은 제대로 읽지도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20대 때부터 내 막연한 꿈이었던 기업의 필기 시험을 보러 갔던 것이 너무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시험을 끝나고.. 감독관이 위로의 말을 해줬던 것 같다. 오래되어서 잘 기억은 안나지만..
시험 보느라 고생했고 좋은 결과 있길 바란다고..
만약에 이번에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대도.. 다음에 좋은 기회로 다시 보자고..
그래서.. 어차피 내 오랜 꿈을 끝내려면 시험장에 가야만 했다. 새벽 6시 첫 차를 타고 8시에 시험장에 입실을 했다.
시험을 보기 막판까지 핸드폰으로 경제내용을 다시 훑고.. 최신 경제 정보들도 한번씩 훑고.. 시험에 임했다.
이번에 본 경제논술과 직무역량시험은.. 2년 전과는 달리, 모든 문제에 대한 답을 다 적을 수 있었다. 나일롱으로 경제를 공부하고 신문을 읽었어도.. 꼴에 경험이라고 어느덧 답안지에 쓸 말이 잔뜩 생겼다.
그리고 몇 달 간 이 기업, 저 기업 시험에서 논술을 쓴 경험이 있다고..
둘 다 시간 내에 논술 답안작성을 끝내긴 했다.
사실 경제 논술은.. 5분만 더 있었다면 좋았을걸.. 이란 생각을 했지만..
그래.. 경제 논술은 사실 시간이 조금 부족했다..

여하튼 시험 도중의 휴식시간이나, 시험이 끝나고 교실 문을 나서기 전에도..
한참이나 시험장 구석구석을 돌아봤던거 같다. 이번이 마지막인걸 여실히 느껴서 그런지..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시험이 끝났다는 말은, 어느덧 나는 내 꿈의 씁쓸한 결말로 또 성큼 다가간 것이기 때문이다.
시험이 끝나고.. 책상에 내 수험번호가 쓰여져 있던 라벨지를 기념으로 챙겨 나가면서..
집에 가려고 길을 걷는데 왠지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시험을 본 직후에 바로 울었던건.. 실로 수능 이후에 처음으로 있었던 일이었다.

20대 내 막연한 꿈의 끝이었다.
20대 때, 너무 막연하게도 ‘나는 아마 안될거다’라며 지레짐작하며 포기한 회사였다.
하지만 그래도 막연한 꿈은, 이상하게도 해외 한번을 나가본적이 없는 나에게.. 20대동안 외국어를 공부할 수 있는 동기를 만들어 주었다.
30대 초에 퇴사를 하고 이직에 여러차례 실패했을때..
어느 덧 문득, 내가 가진 스펙이 그 회사의 서류전형에는 통과할 정도로 바뀌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차피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중소기업들은 내 나이와 관련 경력의 부족을 이유로 이직을 거부하는데..
그렇다면 이제는 힘들어도 그토록 가고 싶었던 꿈의 기업에 마지막으로 도전을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시작도 전에 각오하고 시작했건만..
실제로 마주한 경제학은 너무 이해하기 어려운 것 투성이었다.
이해가 안되니 암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나는.. 부끄럽지만 남들보다는.. 공부에 특화된 지능이나 습관이 부족한 인간이었다..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 자신에게 의미는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어떠한 것을 성취하지 못하고 미련하게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어차피 이루지 못할걸 왜 하냐고.. 그러니까 내가 안된다고 하지 않았냐고..
그런데..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을 하면서.. 지는 싸움이어도 해야만 하는 싸움이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걸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스스로’가 하기로 정한 싸움이었다면 말이다. 비웃음과 응원 중, 주변으로부터 더 받았던건 비웃음이었다.
하지만 분명 그 와중에 조금씩 변하던 내가 있었다.
원하는 지점까지는 도달하지 못해도.. 내가 가고 싶었던 분야의 지식이 차츰 쌓이는게 있었고..
나에겐 사치였던 꿈과 희망을 품을 동안에는.. 그래도 잿빛이었던 내 인생이 조금은 컬러풀해진것만 같았다.

하지만 꿈을 품고 산다는건 마냥 행복한건 아니었다.
목표치를 도달하지 못한 내 모자란 현실을 마주해야 했고..
항상 도착점에 도달하지 못할까봐 무수히 많은 불안한 밤을 보내야만 했다.
그래도.. 의미는 있었어..
사실 아예 슬프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 꿈에 도달하기 위해 살아봤다.
이번엔.. 이 마음만 가져가야겠다.

슬픔도.. 눈물도.. 어서 빨리 묻어둬야지.
인생은 원래.. 비가 그치는걸 기다리는게 아니라.. 엉망진창인 폭풍우 속에서도 춤추는 방법을 배우는거라 했다.
나는 내일도, 모레도 다시 폭풍우 속에서 춤을 춰야 하니까. 그러니까 오늘까지만 슬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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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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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3곳의 필기를 봤다.

한 곳은.. NCS가 상위 10%였는데.. 또 며칠을 더 마감일을 지나고서도 기다리게 하더니.. 결국에는 서류 탈락을 했다.
작년이랑 똑같구나.. 싶어서 웃음이 났다.
왜 상위 10%여도 필기 합격을 못하는걸까?

다른 두 곳은 NCS와 논술을 보는 곳이었다.

그 곳 중 한 곳은, 논술이 HR과 관련된 문항이 나왔다.
간만에 HR에 관한 내 생각을 논술로 적으니, 감회가 새로웠다.
10년 전의 나라면.. 분명히 좋아했을 터였다.
나는 내 전공 중에 인사분야를 너무 좋아했으니까.
그 당시만 해도.. 조직행위론, 조직구조론 등을 배우면서.. 만일 경영학에 마음이 있다면.. 경영의 4대 분야 중에 인사분야가 그에 해당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사실 회사에서 입사해서.. 한 구성원으로써 옆에서 지켜본 인사팀은.. 조금 다른 느낌이긴 했지만..
정리해고를 시킬 때 바로 눈 앞에서 사람을 짜르는 것도, 아이러니하게 인사팀이 대표해서 하는거니까..
뭐든 양면은 있는거다.
그래도 간만에 좋아했던 분야를 문항으로 만나서 내 의견을 쓸 수 있다는게 반갑고 좋았다.
비록.. 나는 HR을 꾸준히 판게 아니라서 올바른 답을 적기에는 힘들었지만..
결국 필기 합격선과는 5점차이로 떨어지고 말았다.

다른 한 곳은.. 논술 문항이 농업과 무역 관련한 문항이 나왔다.
이 곳은 필기도 붙고, 면접도 갔다.
가는 길에 내 차가 도중에 부셔질뻔했지만.. 그건 차치하고..
오랜만에 면접장에서 영어를 쓰려니.. 영어가 잘 안나왔다.
그도 그럴게.. 영어를 제대로 안쓴지 벌써 2,3년이고.. 그 사이에는 CNN이나 BBC 셰도잉만 했으니까.
그래도 말이 안나온것 치고는 잘나온 편이었다. 배운게 완전히 증발하지는 않은거 같다.
가서 내가 평소에 본 신문기사와, 이때까지 배운것들을 이용해서 면접장에서 내 최선을 다했다.
그치만 그 주에는.. 다른 상사들을 서포트 하느라 계속 야근을 하던 편이라.. 그 회사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알고 가지는 못했다.
업무분야도 내가 준비해왔던 분야와는 약간 다르기도 했고..

그래도 면접 때 어느정도 잘봤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 회사의 직원이 되지는 못했다.

이번에는 조금이라도 꿈에 가까워지나 했는데.. 결국 안됐구료 ㅎ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의 가까운 상사들은..
나를 응원해준다.
내가 이번 면접 잘봐서 왠지 감이 좋다고 했을 때,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근데 막상 간다고 생각하니 서운하다.’ 며 응원해주었다.
내가.. ‘나도 공부하면서 나 스스로를 못믿는데.. 어떻게 그렇게 확고하냐?’라고 물으니..
‘지인씨는 열심히 하니까 당연히 그럴줄 알았다.’며 웃었다.

결국 결과는 안좋았지만, 나조차 믿지 못했던 내 자신을, 누군가가 믿어준다는건 참 감사하고 좋은 경험이었다.
그래서 나 자신을 좀 더 믿어보기로 했다.

다른 상사도 나를 불러서 본인의 이야기를 해주며 위로해줬다.
내가 혹시 우는건 아닌지 걱정도 해주고 ㅎㅎ
아직 기회는 있을거니까 조금 더 열심히 해보자고.. 화이팅도 해줬다.
그치만 한편으론 좀 더 같이 지낼 수 있게 되어서 좋다고도..
내 현 상황때문에 슬펐지만, 한편으론 그 분에 참으로 감사했다.


내 꿈의 유효기간이 만료가 되어가는 순간이 다가온다.
토익의 만료는 올해 12월 말.
토익스피킹도 내년 2월이면 끝나고..
아마 큰 이변이 없으면 올해 필기 시험을 볼.. 두 곳의 내 꿈의 기업에 도전하는건..
올해가 마지막이 될 터였다.

나는 아마 올해 안으로 원하는 곳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이제 외국어는 더이상 공부하지 않을 것만 같아.
가장 좋아했기에 어쩌면 쳐다보고 싶지 않을거 같기도 하다.
무역도.. 더 이상 안할거 같아..
그 때 되면 다른 마음이겠지만.. 지금은 일단 이래..

만약 인생이 영화였다면, 첫 회사를 퇴사하기 전,
여름 휴가비를 때려 넣어서 한국무역협회의 신입사원 무역실무과정을 들으러,
비 내리는 한 밤에, 중경삼림의 OST인 왕페이의 몽중인을 들으며, 고속버스를 타고 강남의 숙소를 찾아가던 나는..
벌써 어딘가의 삐까번쩍한 곳에서 날아다니고 있어야 할 터였다.


근데 인생은 다큐이고, 세상은 나보다 능력도, 노력도 더 많이 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어쩌면 내 자리는 없는게 당연하고, 있는게 이상할 터였다.
한 과학자는 그랬다. 우주에서는, 죽음이 당연하고 살아있는게 이상한거라고..
이 전 우주에서 살아있는 우리 생명체가 기적인거라고..
그것처럼.. 내 자리는 없는게 당연하고 있는게 이상하겠지.

근데 그렇다고 이때까지 내 젊음을.. 시간을 투자한게 다 허송세월이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었다고 말하고 싶다.
결국 취업이라는 큰 성공은 하진 못했지만..
그 사이사이에 무역 자격증 취득이나, 외국어 향상이라는 좋은 결과를 맞기도 했다.
사실은 조금씩 나아지는 내 모습을 보면서 그래도 조금씩 행복했어..

경제학 공부하면서도 분명히 되게 많이 괴로웠는데..
그 뒤에 신문 읽으면 경제학적으로 눈에 띄는게 생겨서.. 사실은 조금 더 행복해졌어..

내가 사랑했던 내 전공인 경영학도.. 학부생 때 배우는 동안엔 행복했어..

내 능력이 그만한 깜냥이 안되어서 그렇지..
그래도 공부할때는.. 어쩌면 오늘의 노력이.. 내일의 변화로 이어지진 않을까..
희망을 살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모르는걸 일정 수준 이상으로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새로운걸 배운다는건 분명 괴로웠지만..
왜 나는 오랜 시간을 공부할 수 없을까.. 왜 내 체력과 끈기는 이따위밖에 안되나..
진짜 너무 괴로웠지만..


나는.. 내가 배워왔던 것들을 어느덧 조금씩 사랑하고 있었다.
설령 그 첫 시작은 취업을 염두해두고 했던 것이었을지라도.
남들의 능력보단 미약해서 성공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내 꿈의 유효기간이 만료가 되는 시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
언제 내 나이가 이렇게 됐지? 싶을 만큼 가끔은 거울 속의 나 자신을 보고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래도 올 연말까지는 꾸준히 필기 준비를 밀고 나가려고 한다.
때로는 울고싶고, 때로는 다 안하고 싶어져도..

사실 경제학적으로 보면 결국엔 이게 다 매몰비용이다.
투자했고 결국 성공하지 못한 채 끝나버린 비용.
사실 매몰비용은 의미가 없어.

근데 나는 내 인생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끝을 맞이할 준비를 하려고 한다.
그 끝이 짝사랑이었어도.
나는 이제 사랑하지 않는 방법을 잘 몰라.
그래서 그 마음이 사그라지도록 연말까지는 계속 해보려고..

이제 몇개월 안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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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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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를 한 지 2개월이 다 되어간다.
회사와 같은 지역의 국민임대가 되어서.. 최근에 혼자 살기 시작했다.
처음엔 집이 집같지도 않고 낯설었는데..
너무 적막해서 싫었는데..

이제는 내가 원하는 시간대면 언제든지 일어나서 공부도 할 수 있고..
나한테 이 나이까지 공부만 해서 뭐할거냐는 부모님 말도 안들어서 좋다.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다.

반면 최근들어 회사는 죽을맛이다.
나한테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쓸데없이 거는 기대들이 너무 많다.
숨이 막혀. 팀 내에 어르신들은 나보고 자꾸 더 많은 업무를 하길 바란다.
팀 내에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상사들은 내가 어딘가의 정규직으로 이직하길 권유한다.

하.. 이래서 내가 외국어 한다는거 오픈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

날이 가면 갈수록 내가, 회사속에서도 우스운 사람이 되는구나, 싶어서 어처구니 없기만 하다.

열심히 준비해서 이 회사의 정규직으로 이직하라는 조언도 많이 받았다.
그치만 나는.. 8개월 넘게 야근하면서 업무의 돌발상황에 대처하느라 개인 시간이 별로 없었고..
그 다음에는 이젠.. 보편적이지 않은 과목을 공부하는거에 이골이 났다.
왜냐면.. 안됐었으니까.
한번 안되면 언제 또 기회가 올지도 모르는 나날들을 하염없이 기다리기만 해야 하고..
그 날이 온다고 해도, 내가 그걸 잘할 자신이 없다.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원하는 곳을 입사하지 못해서 상처받았던 내가..
꿈을 막연하게 쫓으며 조금씩 무언가를 하던 내가..
또다시 어딘가를 들어가기 위해서.. 기존 공부를 버리고 또 새로운걸 일정수준으로까지 올리게끔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아직까지는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4월에는 폴리텍대,
5월에는 한국법제연구원과 울산경제연구원의 필기시험을 봤다.

폴리텍대와 내 점수의 합격 차이는 4점차이였다.
작년의 2점차이에 비하면 좀 더 벌어진 수치였다.
한국법제연구원에서는 회계 논술을 봤는데.. 당연히 내가 잘 볼리가 없던 터였다.
그래도 ncs만 놓고 봤을때는.. 작년의 한국한의학연구원보다는 좀 더 수월했던거 같다.
울산경제연구원에서는.. 경영과 회계를 시험 봤는데..
그래도 최근에 전산회계 1급 공부를 했었다고.. 회계 문제는 평이하고 수월했다.
경영 문제는 좀 더 범위가 좁고 세밀하게 나왔던거 같다..

내일 모레 또 다른 곳에 시험을 봐야 해서 오늘도 공부를 더 해야 하건만..
나는 또 자괴감에 사무친다. 이번 5월부터는 경제 신문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매일 보지도 않는 신문을 뭣하러 돈 낭비하며 구독하냐는 엄마의 말을 더이상 듣지 않을 수 있어서, 이기도 하고,
월 25,000원짜리 한국경제 신문을 구독하면.. 월스트리트저널을 같이 구독할 수 있다는게 좋았다.
기사를 보면서 논조가 나랑은 안맞는게 많아서.. 기사를 읽을때는 필기를 하면서 읽고 있다.
그리고 며칠동안 신문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키워드가 뭔지를 찾아가며 보고 있다. WSJ은 회사에서 틈틈이 쉴 때마다 하나의 경제아티클을 정해서 읽고 있다.
내가 영어로 된 경제기사를 과거에 이해할 수 없었던 이유는.. 영어를 못해서라기 보다는 경제 지식이 부족했다는걸 알게 됐다.
최근에는 경제기사의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어서.. 조금은 기뻤고 다행이었다.

그치만 그마저도 최근 일주일은 내일모레 볼 시험때문에 한글과 영자신문을 아예 보질 못했지만..
그리고 최근에는 유튜브의 cnn10 채널을 구독하면서.. 하루에 1개식 셰도잉을 하고 있다.
예전엔 정식 서비스를 해주지 않았었는데.. 자막도 안나왔고..
요즘엔 정식 채널도 있고.. 자막도 켤 수도 있어서 좋다.
참.. 마음만 먹으면 외국어 공부하기 좋은 세상이다.
코트라와 aT를 지원하는건 올해를 마지막으로 끝내기로 했다.
올초에.. 내가 현재 나이가 34살인걸 생각하면서..
죽기 직전에 가장 후회할게 뭐인거 같은지 생각해본적이 있다.

이 시기에 누군가를 만나서 연애하고 결혼하는걸 못하면 후회할 것인가..
아니면 원하던걸 끝까지 노력하지 않고 도중에 멈추는걸 후회할 것인가.. 토익 900점을 넘기려고 아등바등하던 내가 있었다.
혹시라도 아등바등하며 무역자격증을 따던 내가 있었고..
20대 내내 틈틈이 외국어 공부하던 내가 있었다. 사실은 안다. 꿈을 버리지 않고 내 나름의 끝을 보겠다고 하는거는 미련한 짓이라는거를.
나에게 갑작스런 큰 행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나는 올해에도 당연히 분명 그 두 회사에 붙지 못할 것이다.
실력이 남들보다 안되니까, 노력을 남들보다 덜했으니까.
그러면서도 불안하다고 경제학을 더 자세하게 공부하긴 커녕, 괜히 다른 전공과목 공부하면서 삽질 중이니까.
또 다시 상처받기 싫다고 다른 회사에도 이력서를 다 내고 있으니까.

그치만 이제는.. 타이밍이 안맞게 너무 오래 품어서 썩어버린 꿈을 버릴 때가 되기도 했고..
내가 만약 어딘가의 정규직이 못되어서 평생 이 임금으로만 먹고 살려면..
이제는 스스로에 대한 기대나 희망도 버려야 할 때가 되기도 했다고 생각한다.
자기 주제도 모르는 주제에, 쓸데없는 기대나 희망을 가져서 이상향만 높이는건,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만 커져.
그건 내가 어렸을때부터 해봐서 잘 알지.
그거 하기 싫어서 시도는 이것저것 해봤는데도 안되는것도.. 잘 알아.
나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 한마디씩 던지는게 너무 아프다.
그 사람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서 내 온 몸을 찌른다.
가족도.. 직장동료도.. 사라지고 싶다.

야근을 안하기 시작한지 불과 보름 밖에 안둔 나를 두고..
대표는 내 일을 일로 안볼거라고.. 다른 예체능 출신의 누군가가 해야할 일을 맡기려 하면서.. 나를 감자칼과 사시미칼로 비교하는거 말고..
내가 같은 직급의 동료 생각하면서 더 일을 안가지려고 치욕스럽게 일을 그만 달라고 말해야 하는 상황도 싫고..
일이 점점 없어져서 월급 루팡하는 짓도 싫고..
남들이 나를 치켜 세우는것도.. 깔보는 것도 다 싫어..
나는 내가 잘나건 못나건.. 항상 그대로의 나일 뿐인데.
만약 세상에 나 혼자만 있다면, 나는 남들을 의식할 필요가 없을텐데.

그냥 이제는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
또 다른 김지인은.. 어쩌면 또 다른 평행우주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
그 수 많은 경우의 수 중에.. 어쩌면 어떤 김지인은 모든 역경을 이뤄내고 결국 원하는 꿈을 이루면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을까.
이제는 그거면 됐지, 싶어.
내가 못했어도, 어느 우주의 김지인은 해냈다면.. 행복하다면..
나는 이제 사라지고 싶다.
남들의 새털처럼 가벼운 그 한 마디가, 그 기대가,
나한테는 너무 아프고 무거워. 회사에 출근하는 것도,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모두 두려운 밤이다.



Posted by 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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